인터뷰 끝내고 돌아옴

어제의 인터뷰를 위해 보스톤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오늘 낮에 돌아왔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ㅋ
교수 자리가 아닌 포닥 자리라서 그런지 인터뷰가 좀 덜 빡셌다. 그래도 job talk 하나 만큼은 정말 nail it 하고 싶었는데 마음만 그랬을 뿐 게으름 부리느라 인터뷰 전날 밤에서야 제대로 연습을 했다 -_-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누군지도 모르겠는 교수들이 와서 엄청나게 질문을 많이 했다. 그 바람에 점심시간이 짧아져서 결국은 누군가가 질문을 중간에 잘라줘야했다;;; 아무튼, 옛날에는 그렇게 의사들, 생물학자들이랑 뭔가 토론하는 상황일 때 긴장 많이 하고 말도 거의 안하고 그랬는데, 어제는 긴장하거나 intimidated되거나 그러지 않고 그냥 덤덤하게 질문에 대답을 했다. 하바드 교수들앞에서 기죽지 않고 내 연구를 설명할 정도면 내가 박사하는 동안 많이 발전한 것인가 ㅋㅋ

결론적으로, 거기가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일단 나한테 제일 중요한 오피스! 건물이 예쁘고 좋은가 하는 것!에서 대박 먹고 들어갔다 ㅎㅎㅎ 옛날에 재은이가 보여줬던 그 번쩍번쩍한 새 건물이 바로 거기였다니! 그리고 거기 교수들과 학생들이 정말 super nice했다! 사실 통계 쪽에서 UNC가 하바드에 절대 밀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하바드는 하바드고, 의대 쪽이다보니 교수들이 권위적이거나 잘난척하지 않을까하는 편견이 좀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연구는... 내가 하던 것과 분야나 방향이 약간 다르다. 거기엔 machine learning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그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든지 상관하지 않고 문제를 풀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어서, 내가 classification으로 뭔가 새로운 접근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완전 팽팽 놀고 날림으로 박사를 받는 것 같은 나인데도, 그래도 몇년간 연구라는 걸 한 통밥이 있는 건지, 그 사람들의 데이터 얘기를 들어보니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 뭔가 나올 수도 있겠다 하는 아이디어가 생각이 났다. 신기해... ㅋㅋ

아무튼... 그래서 여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좀 생겼다. 원래는 포닥 진짜 싫은데 만일을 대비해서 그냥 쓴 자리였지만...

아 그리고, 아직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거기에 남편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제안하고 왔다 ㅋㅋㅋ 어찌어찌 우연과 행운이 겹쳐서 그런 어이없는 부탁을 하게 됐는데, 아직 여러가지 문제가 남아있지만, 어쨌든 어떤 교수가 성규오빠의 웹페이지를 보고 관심있어했다... 남편의 연구분야가 굉장히 특이한 분야인데, 딱 그런 걸 하는 하는 교수가 거기에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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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verbal offer를 받았다. 오예! 이제 적어도 한 군데는 갈 곳이 생겼음!!!!!!!!! 실업자는 면했다 ㅠㅠ 
근데... 고민 중이다. 사실 그 자리의 타이틀은 탐이 난다. 내가 여기서 그냥 Yes 하기만 하면, 어쨌든 겉으로 보기엔 내가 한국 나이 서른에 *** 대학의 교수가 되는 것이라니, 사실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치만... 테뉴어 트랙도 아니고, 거기서 할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그리고 거기에 가면,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있는가? 이 두가지가 많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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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포기하고 그냥 내년에 졸업하려던 남편한테도 다른 potential option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 우리부부는, 갑자기 많아진 여러가지 가능성 때문에 갈피를 못잡고 있다. 진짜! 진짜로 우리가 몇달후에 어디로 가게 될지 아무로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뭔가가 work out해서 잘 되어야 할텐데. 절대로 떨어져있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제 겨우 시작인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데.

진짜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