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쇼핑

1.
어제는 여행용 Carry-On 가방을 사러 마샬에 갔다. 이미 싼 걸로 샀다가 망가뜨린 경험이 두번이나 있기 때문에 좋은 걸로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갔는데도, 막상 좋은 가방을 보니 가격 때문에 망설여져서 또 한번 싼 걸 사느냐 이번에 눈딱감고 비싼 걸 사서 오래 쓰느냐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티제이맥스까지 갔다 다시 되돌아 와서 좋은 놈으로 샀다 ㅎㅎ 160불짜리를 80불에 팔고있는 샘소나이트였는데, 다른 싼 가방들에 비해서 훨씬 가볍고 튼튼하고 마감이나 수납 공간이 훨씬 좋고, 무엇보다도 바퀴가 네 개에다가 핸들링도 아주 좋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리면서 놀았다 ㅎㅎ 미국 유학 처음 올 때 산 2만 얼마짜리 가방이 2년 반 만에 망가졌으니, 요 가방으로 10년 쓰면 남는 장사다. 10년 넘게 오래오래 써야지 ㅋ 일단 이번 여름에 해야할 수많은 여행에 열심히 끌고 다녀야겠다 ㅎ

바퀴 네 개짜리 가방은 유럽여행갈 때 아주 좋다더라...는 말을 옛날에 유럽여행 사이트에서 읽은 기억이 나서 와 그럼 이거 유럽갈 때 가져가야겠다...로 시작되어 유럽여행을 언제 갈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을 해봤다. 그런데 결론은 갈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ㅠㅠ 돈은 학생 때 돈 모으는 거 포기하고 있는 돈 탈탈 털면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번 겨울은 보드 타러 다녀야 되고, 내년 여름은 내가 졸업을 해버려서 비자 문제 때문에 미국 밖에 나갈 수가 없다. 그 다음해 여름은 남편 비자가 문제일 거고, 그 다음해부터는 둘다 full-time으로 일을 하면 한달씩 휴가를 못내지 않을까. 애라도 낳으면 더더욱 유럽은 불가능한 얘기가 되어버린다.

결혼하고 나서 잘했다고 생각한 것 중에 하나가 우리가 버는 쥐꼬리만한 돈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것인데, 유럽으로 장기간 여행을 다녀오지 못하고 졸업을 해야하는 것은 정말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2.
아무래도 지도교수가 tenure가 되었다는 사실이 나에게 impact가 컸던 것 같다. 교수가 너무 좋아보인다... 30대 중반에 종신고용이 보장되면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더더구나 나처럼 앞일을 먼저 걱정하는 게 취미인 사람한테는...

게다가 요즘은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50대에 은퇴해버리면 30년이나 그 이상을 보장된 수입없이 살아야 한다는 게 갑자기 큰 문제로 보인다. 나는 계획대로라면 만 28세에 졸업을 하고 그제서야 제대로 돈을 벌기 시작할 거다. 그럼 25~30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번 돈으로 60년을 살아야 하는 거다. 늙어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늙어서 일하기에 학교 교수보다 좋은 건 뭘까????? 우리 과에 쭈그렁 할아버지 교수님 Leadbetter는 정말 볼 때마다 왜 은퇴안할까 싶을 정도로 너무 (늙어서) 힘들어보이는데, 그 사람의 연봉을 듣고 깜짝 놀라고 왜 은퇴를 안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늙어서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건 정말 생각만 해도 든든하다.

어차피 길게 사는 인생, 결국 끝에서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회사다니면 젊어서 반짝 좋겠지만, 가늘고 길게 교수로 오래오래 버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물론 tenure 될 때까지가 엄청 힘들고 tenure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걸 감안하면 역시 risky choice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