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떠나기 열흘 전
- 연습장
- 2011. 8. 22. 06:42
지난주 목요일에 이사짐을 피츠버그로 보내고 집에 최소한의 짐만 남겨두고 살고 있다. 이것은 가구가 다 빠져나가 썰렁한 우리집 거실 ㅋㅋㅋ 저 푸톤은 남편이 무지 싫어하는 거라 내가 여기서 쓰다가 버리고 가기로 했는데, 저기 누워있는 게 집에서 나의 주요일과이기 때문에 ㅋㅋ 가구가 없어도 별 불편이 없다 ㅋㅋㅋ
이것은 역시 가구가 다 나가고 썰렁한 안방 ㅋㅋㅋㅋㅋ 박스를 테이블 대용으로 쓰는 거 유학생들 맨 처음 정착할 때 한두번쯤 다들 해보지 않았을까 ㅎㅎㅎ 다행히 이하나가 빌려준 에어매트리스가 있어서 바닥에서 자지 않아도 된다 ㅎ 저 스탠드는 아이키아에서 파는 가장 싼 스탠드인데 저 휘어진 부분이 고쳐지지 않아서 역시나 쓰다가 버리고 가기로 ㅎ 전구만 챙겨가야지~
최소한의 부엌 용품과 냉동 야채, 냉동 새우, 얼린 밥 등등이 있어 도시락도 싸서 다니고 있고, 퇴근길에 그로서리가 있어서 장보는 것도 별로 불편하지 않고, 집에 남편이 없어서 심심하다는 거 말고는 괜찮다. 혼자 열심히 드라마 다운받아서 보고 있다 ㅎ
남편은 피츠버그에 잘 도착했는데, 버라이즌 파업 때문에 집에 아직 인터넷이 안되고,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많이 심심한 모양이다... 정말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가서 정착하는 거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막막한 느낌인데, 보통 유학생들은 유학 첫해에 겪는 일들이지만 남편은 지금 처음 겪는 거다. 그래도 남편은 차도 있고 영어도 되고 미국 물정에 밝으니 훨씬 낫겠지만... 그래도 남편이 걱정된다. 을마나 답답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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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은 정말 미친듯이 바쁜데 그래도 지난주에 한 고비를 넘겼다. 그치만 이번주에도 중요한 페이퍼 리비젼이 하나있고... 언제 또 뭐가 닥칠지 모른다. 으아악... 차분히 정리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정신없이 마무리하는 분위기라 안타깝다.
그런데 요즘은 클라이언트들의 말도 안되는 요구가 있을 때마다 거기에 대처하는 게 훨씬 능숙해진 내 자신이 보인다. 일년동안 배운 것은 의사표현 분명히 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 선 긋는 것. 일년동안 노력했지만 조금도 늘지 않은 것은... 말 많이 하고 주도권 잡는 것 -_-;;; 이건 영어문제에 성격문제까지 더해져서 진짜 답이 없다. 보통 때 커리어 관련 얘기를 남편이랑 하면 말이 잘 통하는데 이 부분은 잘 안통한다;;; 내가 내 의견을 관철시키지 못해서 화났다고 생각나는 듯 -_-;;; 그것이 아니고 나는 웃기만 하고 무조건 예스만 하고 시킨대로만 하는 소극적인 동양인으로 남아서는 직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다. 이건 내 직업과 비슷한 일을 해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미국사람들이랑 일하는 정도가 아니라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미국 '의사'들에 '둘러싸여'서 일하는 건 일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intimidating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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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이 이번주 나가수는 보지도 않고 무조건 인순이 일등이라고 볼 필요도 없다고 장담하더니 진짜 맞췄다! 난 인순이 무대를 보면서 아 진짜 노래를 잘하는 구나,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무너지는 가장 깊숙한 정서를 건드렸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정서는 나한테는 전혀 없는 정서라서 나는 멀뚱멀뚱 보면서 감동은 머리로만 했다. 화면에서 청중, 가수, 개그맨들 모두 울컥한 모양이던데... 그치만 어쨌든 나는 인순이 잘 모르긴 하지만 나이 들어서도 원로가수로 남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새로운 음악 시도하는 거 진짜 멋지다고 생각한다...
자우림은... 어떡해.... 분명 굴욕이었을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니까 오히려 보는 내가 너무 불편하고 못봐주겠다.
내가 나가수에서 보고 싶은 사람은 윤미래랑 이승환인데... 이들은 오디션 프로 심사위원으로 나선걸 보니 나가수에 나올 생각은 없나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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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운동을 하고 있긴 한데 아이패드 산다는 목표가 없어져서 그런지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서너번 정도. 근데 진짜 늘어나는 뱃살을 보니 도저히 안되겠다. 피츠버그가면 가장 먼저 할 것중 하나가 짐에 등록하는 것이다. 집근처에 갈 곳을 정해뒀는데 개인 트레이너와 상담이 공짜라서 한번 해볼까 한다. 누가 뭐뭐하라고 시켜줬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에도 짐에서 운동을 했는데 오늘은 아주 불쾌했다 -_- 일립티컬을 하는데 옆사람한테서 쉰냄새가 너무 나는 거다 ㅠㅠ 아 진짜 토하는 줄 알았네. 운동할 때 입는 옷을 안빨고 계속 입었는지 진짜 우웩... 내가 쉰냄새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어해서 뭐든지 바짝 말리고 통풍과 제습에 얼마나 신경쓰는 사람인데... 게다가 옆에 옆사람은 운동하면서 자꾸 섹시한-_- 신음소리 내는 여자 -_-.... 운동 엄청 많이 하는 여자인데 볼 때마다 사람들이 자기를 봐주기를 원하는지 엄청 오바하면서 끙끙대는 소리를 너무 크게 낸다 ㅠㅠ 너무 신경쓰임....
내일은 월요일 아침이니 아무도 없겠군. 내일 맘편하게 운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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