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생일

겨울이라 사진찍을 일이 없다. 요즘은 어딜가도 나무들이 앙상하고 을씨년스러워서 ㅋ 그래도 요즘 새로운 음식들을 또 해먹었는데 사진 찍는 걸 맨날 잊어버린다. 그래도 블로그 업데이트를 한지 오래됐으니 그냥 사진 없이 써보기로 한다.

1.
그저께는 남편 생일이었다. 남편은 항상 자기 생일이라고 특별히 뭐를 하거나 선물을 받는 걸 늘 거부한다. 이번에도 내가 마음대로 생일 선물을 사면 환불해버릴 거라며 거부하다가 마침 라켓볼 라켓이 필요하다는 게 생각나서 그걸 선물로 사줬다 ㅋ 생일 기념 외식은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일식집에서 맛난 스시 정식을 먹었다 ㅎㅎㅎ

남편이 벌써 만 서른 한살이라니. 십년을 넘는 세월을 같이 했지만 내가 이 남자의 가치를 그 어렸을 때 벌써 간파했다는 점에서 나는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 ㅋㅋㅋㅋㅋ 지금 남편이 성취한 것들은,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나는 사실 옛날부터 이미 이렇게 될 거라고 예견했고 기대했고 믿었던 거 같다 ㅋㅋㅋㅋㅋ 

그치만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건 남편과 내가 강산이 바뀔 만큼 오래 같이 했지만 아직도 너무 좋다는 거가 중요한 거다 ㅋㅋㅋ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ㅎ 

요즘 남편은 연구 진도가 안나가서 괴로워하는, 1년차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자괴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 티칭도 많이 익숙해졌고 이벨류에이션도 잘 받았고 학교에 적응 잘 하고 있으니, 내년쯤부터는 성과가 쑥숙 나오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벌써 2012년의 1/12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새해 계획을 잘 지키고 있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금연 잘하고 있고, 계획대로 주말마다 이 넓은 2층집을 혼자서 깔끔히 싹 청소해놓는다. 주말마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쇼핑을 간다는 계획도 100프로는 아니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지켜주고 있다! 오늘도 귀여운 가방하나 선물받았다 완젼죠아!!!!!

2.
연구 스트레스에 출근을 괴로워하는 남편에 비해 나는 일을 너무 좋아해서 미안할 지경이다. 어떤 땐 일이 너무 어렵고 챌린지가 많긴 한데, 어쨌든 살아남아보려고 애쓰고 있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싫지 않다. 저번주에는 NIH에서 하는 Early Career Reviewer program에 신청도 했고 의대 내부에서 하는 워크샵도 두개나 신청했다. 늘 걸리는 것이 내가 이런 영어로 과연 그 자리에서 버틸 수 있을까하는 것인데, 특히 NIH 프로그램은 정말 걱정이지만 만약에 된다면 무조건 밀어부칠 생각이다. 지금이야 어딜가도 나 혼자 외국인인 상황에서 highly intellectual conversation을 해야하는 상황이 너무 많아서 압도당하는 느낌이지만, 결국 내 또래가 중견 매니저급이 되는 시대가 되면 통계학자는 절반 이상이 중국사람일 테니까, 이런 병원, 의대 세팅에서도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시작할 거라고 믿는다. 그 때가 됐을 때 내가 딱 '준비된, 유능한, 훈련된, 증명된 예비 매니저'여야 한다. 그게 목표다. 

3.
집, 집, 집... 그동안 집들을 많이 봤는데 실망의 연속이다. 게다가 매물이 많이 나오지도 않고, 그동안 우리가 버린 집들도 바로바로 다 팔려버려서, 그럼 짧은 출퇴근시간을 포기하고 남들처럼 서버브로 나가야 하나 하는 마음에 오늘 남편과 서버브 구경을 좀 했다. 결론은, 확실히 서버브엔 매물도 훨씬 많고 집들도 훨씬 좋고 동네도 예쁘다. 근데, 내가 서버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채플힐 처럼 한가하면서도 차몰고 나가면 주요 가게들 쉽게 가서 주차 쉽게 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이미지인데, 우리가 본 곳은 그로서리까지 최소 10분을 운전해야하니, 우리 성격에 특히 답답한 거 싫어하고 절대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남편 성격에 과연 살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일단은 서버브는 당분간은 생각 안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시내로 돌아와 최근에 가격을 내린 집을 한채 구경했는데, 플로어 플랜은 그동안 본 집 중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세상에 집안에서 담배를 피워서 꼭 라스베가스 카지노처럼 집안에 담배냄새가 찌들어있는 것이다 -_- 게다가 지하에 석면을 아직 제거를 안했다 -_- 오마이갓. 게다가 지하가 어찌나 더럽던지. 지금 살고 있는 집처럼 지하를 깔끔하게 해 놓은 집을 본 적이 없다! 이사나가서 빈 집 빼고는.

오늘 아침에 새로 나온 집도 겉에서만 보고 왔는데, 역시 그냥 패스. 향이 너무 안좋고 옆집이랑 너무 붙어서 어두울 것이 뻔하다. 주차장도 없다. 아 정말 왜 마음에 드는 집이 없는 걸까!!!!

우리의 리얼터 캐서린은 우리가 아마 쫌 귀찮을 것이다 ㅋㅋㅋ 그치만 캐서린은 정말 최고다. 절대 푸쉬하지 않고, 신경써서 매일매일 우리한테 맞을 것 같은 집을 이메일로 보내주고, 우리가 보고 싶다는 집이 있으면 바로바로 약속을 잡아주고 정말 발빠르게 움직여준다. 집 구경가서는 꼼꼼하게 같이 봐주고 우리가 모르는 구조적인 문제 - 지하의 습기 제거 공사나 전기 배선, 난방 시스템 등등에 대해 다 짚어준다. 장사꾼같이 사기치는 게 전혀 없고 정말 믿음직하고 성실하다! 나의 이 끝내주는 인복이란 ㅋ

4. 
미국와서 처음으로 주치의를 만나 정기진료?를 받았다 ㅋㅋㅋ 역시 나의 주치의도 짱 ㅋㅋㅋㅋ 완전 친절하고 사람좋은 아줌마 ㅋ 아는 사람한테 소개 받은 유명한 의사니 당연히 좋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만나고 나서 더 좋아졌다 ㅎ

병원에서 거의 세시간을 보냈다. 의사랑 만난 시간은 한시간이 좀 넘은 것 같고, 중간 중간 기다리는 시간이 엄청 길었다. 예를 들면, 무슨 무슨 검사를 해야하니 옷 갈아입고 있으라고 하고는 한참 있다가 돌아온다든가 하는 미국적인 비효율의 문제가 있었다. 그치만 의사와 만나는 시간 자체도 길었는데 그건 참 좋았다. 내 건강에 대해 관련된 질문을 어찌나 세세하게 하는지. 정말 전방위적인 질문을 했다 ㅋㅋㅋ 나중엔 완전 나의 정신건강과 부부관계까지 파악하려는지 ㅋㅋㅋ 기본적으로 내가 얼마나 안정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를 확인하려 드는 것이었다 ㅋ

피검사 결과가 아직 안나오긴 했지만, physical결과 의사가 You're perfect라고 했고 특히 내가 염려했던 혈압은 역시 정상이었다. 처음에 쟀을 땐 저번처럼 엄청 높게 나왔는데 병원에 세시간을 있다보니 긴장이 풀렸는지 나중에 쟀을 땐 완전 정상이었다.
 
아 병원 재밌어 ㅋ 병원에서 일하면서 이제서야 주치의를 만나다니. 그래도 이제라도 만났으니 된거지 뭐 ㅋ



아 벌써 잘 시간. 주말은 어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