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요리/디너파티

2월부터 찜해놓고, 5월 말에 주문하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식탁과 벤치가 드디어 왔다!!!

 

 

저 아이키아 의자는 너무 안어울려서 의자를 한두개 더 사야할 것 같지만... 어쨌든 대만족!!! 식탁이 넘 좋아서 거기서 막 공부하고 싶다 ㅋㅋ 거금을 투자한게 아깝지 않아... ㅎㅎㅎ 고르고 고르고 또 고른 보람이 있다.

 

이걸 주문한 가게에서 배달 업체에 팩스를 넣었으니 곧 배달부로부터 전화가 올 거라고 한 게 지난주 월요일. 그러고 금요일까지 감감 무소식인거에 화가 난 남편이 가게에 직접 가서 물어보니 처음 접촉한 할망구 직원은 말도 끝까지 안듣고 '월요일날 팩스 넣었으면 월욜 당일 배달은 안되지' 이러고 있다. 그게 아니고 구구절절 설명하니 매니저왈 '우리가 그 배달 업체에 오늘 다시 전화할 게. 아마 퇴근했을 테니 음성 남겨 놓을 게. 그럼 아마 너네한테 걔네가 전화할 거야' 그래서 남편이 '그럼 니가 그 사람한테 전화하고 나서 나한테 다시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계속 '아니 나는 너한테 전화안할 거고 배달업체가 너한테 전화할 거야. 나는 걔네가 언제 배달할지 몰라' 이러는 거다. 자기들은 배달 업체에 연락하는 것까지가 자기들의 할 일이고 그 이후에 배달이 되든 말든 자기들 책임이 아니니 상관 않겠다는 이 짜증나는 무책임한 태도. 나는 이 때쯤부터 굉장히 화가 났는데 너무 화가나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안나서 표정만 딱 굳히고 째려보고 있었는데 제대로 열받은 남편이 지롤지롤을 해댔다 ㅋㅋㅋㅋㅋㅋ 계속 같은 말 반복하니까 말 자르고 목소리 높여가며 '니 말을 어떻게 믿냐 니가 전화를 했는지 말았는지 내가 어떻게 아냐' 이러니까 그제서야 살짝 꼬리내리고 월요일날 우리에게 전화해주기로 약속...

 

그러더니 집에 가던 길에 이사업체한테 전화가 바로 왔다 ㅋㅋㅋㅋㅋㅋ 역시 좀 귀찮게 해주니 바로 일을 처리하는 군 하면서 좋아하던 남편....

 

그리고 어제 10시에서 2시 사이에 오겠다던 배달부들은 길 잃고 헤매다 3시 넘어서 도착했고 배달부 중 한명이 '니 하오' '곤니찌와' 이딴 짓거리 하니까 남편이 완전 화나서 that's not good. 이러고 딴데로 가버림 ㅋㅋㅋㅋㅋㅋㅋ 그 아저씨 뻘쭘해서 나한테 막 설명 ㅋㅋㅋㅋㅋㅋ 니하오는 중국말이고 곤니찌와는 일본말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 그걸 누가 모르나 동양인이라고 무조건 중국/일본인이라고 가정하고 말시키는 게 기분나쁠 거라고 상상도 못하는 이 백인 아저씨 ㅋㅋㅋㅋ 내가 We're neither라고 했더니 그럼 뭐냐고 그래서 코리안이다 그랬더니 열라 구린 발음으로 '안뇽' 이러고 있다. 역시 남편은 표정 딱 굳히고 안받아줌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남편이 뭔가 언해피하고 짜증나있는 상황이면 내가 너무 불편하고 스트레스 받는다. 그게 정말 짜증날 만한 상황이고 나도 짜증나는데도 남편이 짜증을 내고 있으면 그게 나에대한 공격으로 느껴지는 거다. (왜 그게 나에 대한 공격으로 느껴지는지를 최근에 깨달았다... 아무튼...) 이사하면서 그럴 일이 진짜 많았는데 이제 거의 끝나서 너무 다행이다. 차 등록도 옮겼고 펜실베니아 면허도 받았고 모기지랑 각종 유틸리티 돈내는 거 셋업 됐고 비행기표도 우여곡절 끝네 짜증 백만번내고 샀고 비자 인터뷰 신청도 했고...

 

식탁 얘기하다 이상한 얘기로 빠졌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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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요리를 엄청 열심히 했다. 외식비가 엄청 나오는데 별로 맛있는 거 먹은 건 없고. 맨날 싸구려 음식을 사먹어서 그게 모이니 돈은 많이 나가는데 차라리 그 돈으로 아주 맛있고 좋은 걸 한달에 두세번 사먹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리고 집에서 해먹는 게 몸에 훨씬 좋으니까...

 

취직한 이후로는 밥해먹는 게 정말 큰 노력이 드는데, 몸이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정신적인 노력이 진짜 많이 들어간다. 집에 무슨 식재료가 남았는지 머리 속에 업데이트가 안되어있으니 식단짜기가 힘들고 그러다보니 수퍼에 가면 대충 장봐와서 대충해먹고. 개선해보려고 수첩을 사서 메모를 꼼꼼히 했었는데 이사오면서 수첩도 잃어버리고. 안되겠다 싶어서 워드로 메모하기 좋게 테이블을 만들었다. 식단과 집에 있는 식재료, 장볼 것이 한눈에 싹 들어오게. 장보러 갈 때는 그로서리 리스트 부분만 사진으로 찍어서 그거 보면서 쇼핑하고.

 

이렇게 노력해서 열심히 해 먹었는데 사진은 별로 안남았지만 있는 걸 올려본다. 이건 저번에 올리려던 건데 뭐가 잘못됐는지 안올라간 두부조림과 장조림 사진.

 

 

순두부찌개. 조미료 없이 이렇게 맛있게 끓이다니! 이럼서 막 감탄 ㅋㅋㅋㅋ

 

 

닭칼국수!!!! 밀가루 반죽해서 진짜로 국수로 면을 썰어서 만들었다는 ㅋㅋㅋㅋㅋㅋㅋ 면이 너무 두껍게 썰어졌지만 그래도 대박 맛났다 ㅠㅠ

 

 

오늘도 반찬 무지 많이 했는데... 경상도식 매운 소고기 무국, 새우전 두부조림 콩나물무침 오뎅볶음.... 이걸로 이틀 정도는 도시락 해결...

 

가계부를 들여다보았더니... 올해 1, 2, 3월은 한달에 대충 350불 정도를 외식비로 쓰다가, 4월과 5월은 집사고 이사하는 것 때문에 각각 577불, 580불을 외식비로 썼다!!!!! (미친 거지!!!!! 뭐 좋은 거 사먹은 기억은 별로 없는데!) 그런데 지금 6월의 절반이 지난 오늘까지, 이번달에 쓴 외식비는 단돈 110불. 음하하하. 이대로 가면 이번달 외식비는 지난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거다 ㅎㅎㅎㅎ 아 나는 너무 대단한 와이프야 ㅋㅋㅋㅋㅋㅋ 사실 다음주에 남편이 출국할 거고 유럽과 일본에서 사먹는 돈은 다 학교에서 내는 거기 때문에 아마 우리의 이번달 전체 외식비가 200불 안되지 않을까 싶다 ㅎㅎㅎㅎ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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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서 먹어도, 이런 디너파티에 초대 받으면 바로 깨갱... ㅋㅋㅋㅋ

 

갈비찜! 무려 다섯가지 나물! 직접 속을 만드신 에그롤! (나는 냉동식품이 아닌 에그롤은 처음 먹어봄) 낙지 볶음!!! 직접 담근 김치!!!

어제 저녁에 나진 언니가 throw하신 디너파티였는데 나진 언니 어머니께서 저 많은 음식을 다~ 하셨단다... 감동감동... 나진 언니 어머니께서 한국에서 올 여름에 잠시 여기 방문하셨다가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시는데 가시기 전에 간호대 한국 교수님들 세 분과 그 가족, 그리고 우리 부부를 초대하셔서 이렇게 진수성찬을 차려주셨다~ 우와~

 

역시 그 그룹에서 우리는 하~~~~안참 어린 애기들이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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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무지 많이 찐 것 같은데 몸무게를 모른다. 무서워서 못재겠다. 남편이 이사하면서 체중계를 숨겨버렸는데 꺼내준다고 하고 안꺼내준다. 으헝헝... 한국엔 아줌마들도 다들 날씬할텐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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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간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좀 겁난다. 사소한 것들이 걱정된다. 예를 들어, 나는 아직 신권을 실물로 본 적이 없다... 오만원권도 있다는 데 그게 정말임????? ㅋㅋㅋㅋㅋ 한국은 어딜가나 와이파이가 쫙 깔려있다는데 그것도 정말임??????? 이제 버스 탈 때나 지하철 탈 때 나 어떡함???? 가자마자 교통카드부터 만들어야하는지... 버스 내릴 때도 카드를 찍고 내렸던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잘 기억 안나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사가 기다려주지 않으니 재빨리 타고 내려야 하는 것도 무섭고... 사람들이 막 몸 부딪치고 다니는 것도 기억나는데 그것도 무섭고... 한국에 요즘 맛집이나 좋은 까페 찾아다니는 재미가 좋다던데 아는 곳이 없으니 분명 yelp같은 식당 검색 앱 같은 게 있을텐데 그런 것도 전혀 모르고...

 

한국에 안갔던 지난 4년 반 동안 내가 접해온 한국이란???? 한국 예능 프로와 인터넷 여초 사이트들.... 예능 프로에서 보면 한국은 맛집과 여행지로 가득찬 곳인 것 같고, 여초 사이트에서 보면... 음... 시월드 천국인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마이클럽 시절부터 되풀이 되던 인터넷 여초 사이트들의 사이클은 대체로 이렇다:

 

요즘 같은 여름엔, 휴가를 시댁이랑 같이 간대요 그게 무슨 휴가에요/우리 끼리 해외여행 간다고 시어머니 삐지셨어요 종류의 하소연.

좀 지나면 공포의 추석 - 명절 스트레스와 친정에 가느냐 못가느냐 몇시에 가느냐 종류의 하소연. 곁들이로 명절 용돈 문제.

좀 지나면 공포의 김장철 - 왜 힘들게 (또는 맛없는데) 김장을 백포기 이백포기씨 담그냐/왜 며느리가 김장해놓으면 시누이가 가져가냐 뭐 그런 하소연. 곁들이로 김장 비용문제.

좀 지나면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 때도 시댁에 오래요 글쎄 이런 하소연.

좀 지나면 공포의 설날 - 추석때랑 비슷한 하소연과 돈 얘기들.

좀 지나면 5월 가정의 달 - 어버이날 폐지하자 왜 시댁만 하고 친정은 안하냐 뭐 그런 하소연. 이 때 돈 얘기가 제일 많이 나옴 - 용돈 + 외식으로 5월엔 빵꾸가 많이 난다고.

좀 지나면 다시 여름 휴가철. 처음부터 반복.

 

사이사이에 맞벌이/전업 논쟁, 교사 논쟁, 이대나온여자 논쟁, 기독교 논쟁, 아들/딸 논쟁, 바람/불륜 얘기, 여자 연예인 욕 (특히 누가 결혼한다거나 그럼 사정없이 까댐)...

무한 반복이다 ㅋㅋㅋㅋ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건, 요즘 들어 교사 논쟁이 좀 줄어든 것 같고 (기간제 교사가 많아져서 그런지), 맞벌이/전업은 점점 뜨거워지는 것 같고...

 

미국의 비슷한 사이트는 urbanbaby가 있는데 거기와 한국 여초 사이트들이 공통점: 어쨌든 잘난 사람은 싫어하고 질투 작렬이다. 지역감정 심하다. 다른점: 시댁 얘기의 비중이 완전 다르다...

 

 

 

시간이 가까워질 수록 한국가는 거에 대한 걱정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괜찮을 거야... 남편이 있으니까.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