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없는 나날들




남편없는 나날을 힘들게 하루하루 넘기고 있다. 다행히 지난 주말에는 나름 액티비티가 있었다. 필리에서 집구하러 방문하신 은정씨 부부도 만났고, 나진언니 부부가 우리 집에 저 이쁜 화분을 들고오셔서 커피를 한잔 했고 같이 간호대 어느 교수님 집들이에 갔다가 자정 다 되어서 돌아왔다. 나한텐 좀 빡센 주말이었다 ㅋㅋㅋ

어제는 인디펜던스 데이라 출근을 안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쉬었다. 요즘 너무 더워서 운동하기가 힘들고 밖에 나가는 거 자체가 꺼려진다. 그래도 여긴 90도 근처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동부나 시카고 쪽은 100도 넘고 난리인 모양이다. 특히 이번에 50시간 동안 정전된 동네를 생각하면 여기 상황은 그렇게 나쁜 게 아니긴 하다. 덥긴 해도 습하진 않으니까.

남편은 독일 체코 일본에서의 미친 일정을 끝내고 한국에 들어가서 이제 좀 한숨 돌리는 거 같다. 그런데 한국 들어간 뒤로 전화는 더 자주 오는데 목소리는 훨씬 어둡다. 할 일이 많아서 계속 바쁘게 일을 해야하고 이메일체크도 자주 해야하고 스카이프 미팅도 빽빽하게 잡혀있는데 집에 wireless가 안되어서 많이 스트레스 받는 모양이다. 그래도 어두운 목소리라도 자주 들으니 훨씬 좋다. 더 좋은 건 빨리 돌아와서 얼굴을 보는 것이겠만.

요즘 학교 일은 늘 그렇듯이 바쁜데 이번주 내내 좀 지루한 코딩을 했더니 미쳐버릴 것 같다 --; 내일 얼렁 끝내버리고 딴 걸로 빨리 넘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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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날 본체만체 하다가 취직관련 부탁할 일 있을 때 두번이나 이메일을 보내서 새삼 안부를 묻고 부탁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때마다 나는 그래도 성의있게 답해주고 알아봐줬다. 그런데 이번에 여기 오프닝이 나서 혹시나해서 이메일을 보내봤더니 답장도 안온다. 참 나. 뭐 연락 없던 사람이 취직할 때 되면 연락오는 일이야 워낙 많이 겪어봤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적나라하게 속보이는 경우는 또 오랜만이다. 세상 참 심플한 사람들 많다 - 심플해서 좋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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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관련해서 사실 좀 쓸데없는 질문을 학교 인터내셔널 오피스 사람한테 이메일로 물었는데 답이 안와서 오기로 두번이나 재촉을 했더니 자기는 변호사가 아니라서 리갈 어드바이스를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 내가 이 말 들으려고 두번이나 열내며 재촉을 했다니. 모르면 모른다고 진작에 말하든가.

게다가 인터내셔널 오피스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잡 타이틀도 무슨문 어드바이저던데, 그럼 이 사람이 하는 어드바이스는 비자 이민 관련이면서 리갈은 아닌-법적이지는 않은 어드바이스라는 얘기? 아니 세상에 비자와 관련 되어있으면서 법과는 관련없는 게 세상에 뭐가 있나? ㅎㅎㅎ

이 사람한테 전화를 해서 한번 물어볼까 하다가 (so what kind of advice do you offer? visa-related but not legal advice? is there such a thing?) 이 사람이 전화를 걍 끊어버리면 열받을 거 같아서 그럼 이멜로 물어봐서 좀 긁어줄까 하다가 그럼 내가 민하게 군게 기록으로 남을테니 작전을 바꿨다. 아주 나이스하게 it is perfectly fine that you don't know the answer. 그러고 나서 내가 너무 어려운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이멜 씹지는 말라고 ㅋㅋㅋ

그래서 결국 사과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내가 정확하게 왜 열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난 미국 사람들 모르면 모른다고, 책임지기 싫으면 책임지기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그 얘기를 굳이 '나는 변호사가 아니라 리갈 어드바이스를 해줄 수 없으니 너의 변호사와 상의하렴' 이딴식으로 나오는 거 진짜 짜증난다. 이 놈의 책임 회피 때문에 만사가 융통성 없이 넘 답답하게 굴러간다. 이번에 어떤 사람은 자기 관할 구역이 아닌 지역에서 물에 빠진 사람 구했다고 짤렸다며? 이런 거 보면 진짜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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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남편이 없으니 별게 다 짜증나는 듯. 얼른 남편 와서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샌디에고 가서 신나는 휴가를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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