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이야기


잘 먹고 살아보겠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래도 그동안 찍어둔 사진들이 꽤 모여서 올려본다.

1.
저번에 하나 원열이 와서 잔뜩 만든 만두를 넣고 떡만두국을 끓였다. 너무 맛있어서 뜨거운데도 순식간에 다 먹어버린다 ㅋ 벌써 세번 먹었는데 안지겹다 ㅎㅎ


2.
칠리! 요즘 칠리에 맛을 들였다. 사진은 도시락 싸갔을 때 찍은 거라 별로 먹음직스럽진 않지만 ㅋㅋㅋ 내가 끓인 칠리 진짜 맛있다!


칠리를 처음 접해본 건 2006년 도미닉네 집에서 였다. 남편이랑 도미닉이랑 막 1년차 시작해서 둘이 친해지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저녁 초대를 했더니 도미닉이 자기 기숙사로 우리를 불러서 생전 처음 본 음식을 만들어 주면서 이게 멕시칸 음식이고 '칠리 콘 카네'라는 거라고 말해줬다. 자기 엄마가 만들어 주던 게 생각나서 만들어보는 거라고... '콘 카네'는 with beef라는 뜻이다. 그 때는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몇년을 미국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TV같은 곳에서 칠리를 보게됐고, 그게 도미닉이 만들어준 칠리 콘 카네와 같은 거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칠리는 대부분 소고기 간 것이 들어가니까. 칠리 콘 카네를 줄여서 칠리라고 하는 셈이다. 요리 프로에서 칠리 만드는 것도 본 것 같고, 드라마를 보다보니 칠리가 미국 사람들한테 어떤 음식인지 대충 알게 되었다. 미국 사람들이 집에 모여서 풋볼 경기보는 파티를 하거나 할 때 잘 만드는 것이 칠리다. 풋볼을 볼 때 칠리나 과까몰리에 칩 등 멕시칸 음식들을 많이 먹는다. 한국 사람들이 떡볶이 만들어먹는 거랑 비슷한 의미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음식을 안다는 건 단순히 음식의 맛, 만드는 법을 아는 게 아니라 언제 어떤 상황에서 주로 먹는지도 알아야 진짜로 알았다고 볼 수 있다)

시카고에 이사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길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상받은 칠리라고 자랑자랑 메뉴판에 쓰여있길래 칠리를 사먹었는데 환상의 맛이었다. 그 이후 기회가 있을 때 가끔씩 사먹었다. 샌드위치 가게나, 특히 스키장에서 점심 사먹을 때, 뻑뻑한 샌드위치만 먹는 것보다 따끈하고 묵직한 칠리를 떠먹으면 속이 따뜻해지면서 든든하다.

내가 칠리 만드는 법: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 다진 것 한주먹, 피망 다진 것 한주먹, red pepper flake를 약불에 오래 볶는다. 토마토가 있으면 dice해서 같이 볶는다. 야채가 푹 익으면 간 소고기를 반근 정도 넣고 볶는다. 통조림 콩을 세가지 정도 다른 종류로 각각 반 캔씩 넣는다. 이 쯤되면 야채에서 나온 물 때문에 볶는 게 아니라 끓이는 게 된다. 토마토 소스를 2컵 정도 넣고, 칠리 맛의 핵심인 '큐민'을 넣는다! 큐민을 꼭 넣어야 일반 토마토 소스가 아닌 진정한 칠리 맛이 난다. 뭉근하게 끓이는데 오래 끓일 수록 맛나지만 일단 끓은 다음에는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다. 냉장고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칠리는 더 맛있다. 칠리는 보통 saltine cracker(참크래커 같은 것으로 주로 수프랑 같이 먹는 하얀 크래커)를 부셔서 칠리에 넣어먹거나, 부드러운 빵에 찍어먹는다. 핫도그위에 올려먹어도 맛있는데 그걸 보통 '칠리 독'이라고 한다.

아 쓰다 보니까 또 먹고 싶군 ㅋㅋㅋㅋ

3.
요즘 맛들인 샐러드. 이게 다 내 오피스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Red Oak Cafe라는 식당 덕분이다. 거기 샐러드가 신선하면서 드레싱이 전혀 달지 않고 아주 독창적이어서, 샐러드 맛을 알아버린 거다!!! 이건 내가 요즘 도시락으로 싸가는 샐러드다.


사실 샐러드 도시락을 싸는 건 손이 많이 간다. 방법: 주말에 닭가슴살을 구워 놓고, 달걀을 삶아놓고, 베이컨을 구워 기름기를 닦아낸 후 잘게 썰어놓는다. 당일날 아침에 껍질 벗긴 달걀과 잘 씻은 토마토, 베이컨, 닭가슴살을 밀폐용기에 담아가고 샐러드는 집락 봉지에 담고 드레싱은 병째로 학교에 가져간다. 학교에 있는 일회용 접시게 샐러드 담고, 토마토 썰어놓고, 달걀 썰어놓고, 닭가슴살과 베이컨은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올리고, 드레싱 (나는 요즘 발사믹 비니그렛 먹는다) 뿌리면 완성! 이거 단백질이 많이 들어가서 꽤 배부르고 맛도 아주 좋다!

4.
이건 그냥 어느날 저녁 밥상이다. 이 사진을 찍었다는 건 평소엔 이것보다 훨씬 초라한 밥상이라는 얘기. 이날은 완전 진수성찬. 어쩌다보니 된장찌개에 새우튀김에 훈제 연어 샐러드까지. 밥은 백미 반 현미 반.


5.
빠에야! 우리 둘다 빠에야에 푹 빠져버렸다. 지난주 금요일 남편이 금욜 기념 외식을 하자면서 난데없이 스페인 갔을 때 먹었던 음식이 먹고 싶다는 거다. 남편이 스패니쉬를 몰라서 그림만 보고 시킨 음식이 이 빠에야였다는데, 나는 인터넷으로 온갖 요리를 사진과 글로만 섭렵하는 사람이다보니 말하자마자 뭔지 알았다. 피츠버그에 있는 스패니쉬 식당을 검색해보니 가까운 곳에 아주아주 작은 스패니쉬 식당이 있어서 가봤는데.... 완전완전 대만족!!! 서비스는 좀 별로 였지만 (서버들이 좀 머리가 나쁜 거 같았다 ㅋㅋㅋ 느리고 비효율적) 가게가 너무 예뻤고 기분 내려고 화이트 상그리아를 마셨는데 그것도 너무너무 맛있어서 정말 정말 대 만족. 드링크를 마시고 "아 왜 이렇게 안나오나"할 때쯤 나온 빠에야. 완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또 갈뻔했는데 참았다는 ^^;;;; 아무튼 이날 음식은 정말 우리 입맛에 꼭 맞았고 감동이어서, 다른 스패니쉬 식당에도 가서 빠에야를 먹어보기로 했다. 나는 이날 이후로 집에서 빠에야와 상그리아를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고 있다. 빠에야 레시피를 찾아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데 핵심은 saffron이라는 향신료와 short grain rice. 그리고 불위에서 볶다가 바로 오븐에 들어갈 수 있는 르크루제 같은 냄비가 있으면 아주 좋을 것 같다.

6.
이것은 음식은 아니고 새로 지른 그릇 세트 자랑 ㅋ 그릇을 제대로 갖추는 건 우리가 늘 꿈꾸고 있는 드림 홈을 만들기 위해 돈 쳐들여서 사야하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한 때 그릇에 관한 리서치를 꽤 했었고 빌레로이 그릇도 몇장 모았었는데 결국 내린 결론은 - 그런 좋은 그릇으로 셋트를 갖추는 건 가격 때문에 너무 오래 걸릴 테니 그냥 흰색으로 일단 구색을 다 갖추어놓고 좋은 그릇은 천천히 모으자.


위의 셋트는 미카사 제품으로 10인분의 큰접시, 작은 접시, 머그컵, 포크 나이프 스푼이다. 이걸 코스코에서 99불에 파는 걸 보고 와 진짜 싸다 완전 굿딜인데 당장 필요없으니 나중에 이사가면 사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할러데이가 지나고 나니 69불에 팔고 있는 것이다!!!!! 1인분에 7불 꼴이라는 것인데 이게 정말 말이 돼? 남편과 서로 쳐다보면서 놀라워하다가 얼른 카트에 담아버렸다 ㅋㅋㅋㅋ 4박스 밖에 안남아있어서 불안했다 ㅋㅋㅋㅋㅋ

얼마 전에 크레이트 앤 배럴에서 너무너무 이쁜 밥공기 8개와 국수그릇 크기의 볼 6개를 싸게 장만해서, 대충 구색이 갖추어졌다. 다행히 비슷한 톤의 흰색이다. 이제 같은 흰색으로 국그릇만 좀 사면 완벽하다. 이제 손님이 몰려와도 예쁘게 상차릴 수 있다 으하하 (근데 식탁도 없고 결정적으로 몰려올 손님도 없군 ㅋㅋㅋㅋ)

7.
밑의 스크린 샷은 요즘 버닝하고 있는 아이폰 게임 ㅋㅋㅋㅋ Sims Freeplay. 남편이랑 요거 열심히 하고 있다 ㅋㅋㅋㅋ 하다보니까 컴터 버전 Sim 시리즈 게임에 손을 대고 싶어졌는데... 그러면 안되겠지... 사실 젤 하고 싶은 건 문명.... ㅋ


요즘 집사는 것 때문에 생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