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 부부의 식생활
- 연습장
- 2011. 12. 16. 11:59
하하.... 샌프란에서 찍은 주옥같은 사진들이 카메라에 잔뜩있지만, 지금 여기는 학교라서 그 사진들이 내 손에 없다. 그래서 바로 올릴 수 있는 아이폰 사진을 올려본다. 3일 동안 너무 편하게 머물렀던 소연언니네서 첫날 고기구워 먹으며 찍은 사진 ㅋㅋㅋ
샌프란 떠나기 전날 밤 새벽 4시 반까지 폭탄주 술파티를 하고 딱 두시간 자고 6시 반에 일어나서 장거리 비행을 해서 피츠버그에 도착, 바로 다음날부터 출근을 한지 이틀째다. 나이가 드니까 확실히 술먹고 난 다음이 다르다;;; 나는 6시 반에 무리해서 벌떡 일어났다가 완전 쓰러질뻔 했다;;; 다행히 30분 만에 회복했는데, 일어날 때는 괜찮아보였던 성규오빠는 비행기 타고오는 내내도 그렇고 다음날까지 나보다 훨씬 힘이 없다!!! 6시 반에 일어났을 때도 술냄새 풀풀나고 술이 안깨서 내가 운전하고 집에 와서도 힘들어서 시름시름... 나는 술마신 거 회복은 금방 된 거 같은데 역시 체력이 딸렸는지 지금 입술에 물집이 창궐했다 -_-;;;;
아무튼... 지금은 할 일이 산더미 같은 남편이 퇴근을 늦게해야겠다고 해서, 내가 중국 음식 투고해와서 같이 저녁으로 먹고 남편 오피스에서 남편은 일하고 나는 이렇게 노는 중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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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원래 계획은 식생활에 대한 생각을 쓰려는 거였는데 방금 Rob이 와서 한 30분 이상을 떠들다 가는 바람에... 주차 미터가 다 되기 전에 얼마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치만 어쨌든 쓰는데 까지 써야겠다.
취직한 이후로는대학원 때처럼 시간이 많이 없고 매일 빡빡히 8시간씩 일해야해서 제대로 챙겨먹지를 못하고 대충대충 때우는 생활을 해왔는데, 더이상 이러면 안될 것 같다. 그래서 그동안 쌓인 노하우들을 되짚어보고 브레인 스토밍도 할 겸 식생활에 대한 생각을 써보려고 한다.
나는 일하는 사람이라 바쁘다. 나는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동네에 산다. 나는 남편이랑 단 둘이만 살아서 한번에 많은 양의 식재료를 살 수가 없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제대로 요리해서 챙겨먹기가 아주 어려운 사람이다.
재료 다 갖추어놓고, 조리도구도 다 갖추어놓고, 시간 넉넉하게 두고 요리하는 거는 누구나 잘할 수 있다. 나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 짧은 시간안에, 많은 도구를 쓰지 않고 설거지도 줄이면서, 건강하게 여러가지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해먹는 거다. 이게 절대 쉬운 게 아니다.
내 요리에 있어서 포기할 수 없는 점들은:
1. 맛있어야 한다.
2. 단백질(생선>닭고기>돼지고기>소고기 순으로 좋고 두부나 달걀도 좋다) 탄수화물(밥이나 빵, 국수, 파스타. 되도록 whole wheat등 잡곡으로) 야채 세가지가 골고루 다 들어간 식단이어야한다.
3. 준비가 간단해야한다.
4. 특별한 조리기구의 사용은 되도록 피한다 (제빵기 푸드 프로세서 튀김기 식품건조기 와플기계 등등 사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5. 여러가지 다른메뉴에 다양하게 사용가능한 식재료만 쓴다. 너무 특이한 식재료는 사서 한번 해먹고 같은 메뉴를 해먹을때까지 안먹게 되므로 결국 맛이가서 버리게 된다.
6. processed food는 되도록 피하고 되도록 자연상태에 가까운 음식을 먹는다. (내 생각엔 과일이 세상에서 제일 자연스러운 음식이고, 그 다음이 각종 채소, 곡식, 다음이 생선, 고기 등이다. 그 다음이 어떤 식으로든 가공된 음식들 (캔음식, 햄 종류, 각종 소스들, boxed food라 불리우는 것들, 과자, 공장에서 나오는 빵)
7. 조미료를 일부러 넣지는 않는다.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은:
1. 반찬이 많지 않아도 된다 (가짓수가 많으면 많이 먹게 되고 준비도 힘들고 치우기도 힘들고 뭔가 남아서 상해서 버리기 일수다. 단백질 탄수화물 야채가 다 들어가기만 하면 서양 음식처럼 간단하게 밥 포함 두세가지만 먹어도 충분하다)
2. 유기농이 아니어도 된다. (유기농은 과대평가 되어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유기농이 몸에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식재료는 거의 없다. 식재료를 잘 씻고 위생적으로 다루고, 음식을 골고루, 적게, 자연식으로 먹는 게 더 중요하다.)
3. 핵심 재료가 아니면 몇가지는 빠져도 된다. (예를 들어 양배추가 없으면 대신 양파를 넉넉히 넣고 닭갈비를 할 수도 있다. 쓸모가 별로 없고 보관도 어려운 생강, 계피 등등은 거의 생략한다.)
4. 다른 생야채가 있으면 김치는 없어도 된다.
5. 같은 음식을 연속으로 두끼나 세끼 정도는 먹을 수 있다.
6. 도저히 피해갈 수 없거나 피하기가 너무 어려운 조미료는 그냥 먹는다. (예를 들어, 가끔 먹는 라면에 들어있는 조미료는 어쩔 수 없다. 카레에 들어있는 조미료도 굳이 피하자면 강황가루를 사서 직접 카레 믹스를 만들면 되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시간도 힘도 없으니 그냥 일반 카레를 먹는다.)
이렇게 써 놓고 나니 내가 상당히 까다로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_-;;;;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직장인인 나에겐 세상의 메뉴가 6가지로 분류된다.
1. 시간이 적게 걸리고 도시락으로 싸갈 수 있는 음식: 볶음밥, 파스타, 고기 볶음 (갈비나 고추장 불고기를 미리 양념해서 얼려두기 때문에 볶기만 하면 되니까 가능하다), 돈까스 생선까스 (미리 얼려둔 거나 냉동식품), 샐러드
2. 시간이 적게 걸리고 도시락으로 싸갈 수 없는 음식: 김치볶음밥, 떡볶이, 떡국, 순두부찌개
3.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시락으로 싸갈 수 있는 음식: 카레, 달걀 장조림 (카레는 도시락 싸기에 생각보다 좋지는 않다. 달걀 장조림도 다른 야채가 추가로 필요함)
4.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시락으로 싸갈 수 없는 음식: 각종 국, 찌개, 탕 종류, 보쌈.
5. 전날 준비해놓고 당일날 아침에도 반드시 손이 가야만 도시락으로 싸갈 수 있는 음식: 김밥, 주먹밥, 치킨 누들 숲, 샌드위치
6. 밑반찬.
당연히 선호도는 1>2>3>4>5>6 순서다. 그러다 보니 1번에 해당하는 음식만 너무 자주 먹게 된다. 2번이나 4번을 해먹은 날엔 다음날 도시락을 싸기 위해 요리를 한번 더 해야한다. 3번은 생각보다 자주 해먹지 않는데 그 이유는 2번이 더 맛있고 당장 허기를 채우기에 편하기 때문인 듯하다. (퇴근후엔 배고파서 허겁지겁 대충 해먹는다는 것도 큰 문제다) 4번은 메뉴에 따라 다른데, 국은 거의 안해먹고, 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 남편이 좋아하는 부대찌개, 둘다 좋아하는 보쌈을 1~2주에 한번 해먹는 것 같다. 5번은 학생 때는 많이 먹었는데 취직하고 나서는 - 시카고에서는 아주 가끔 주먹밥이나 치킨 누들 숲을 먹었고 피츠버그와서는 네버. 아침에 절대 시간 없다. 6번역시 취직한 이후로 거의 안해먹는다. 사실 몸에 좋지도 않고 밑반찬이 있어봤자 남편은 다른 메인음식을 찾기 때문에 해도 보람이 없다. 대표적인 밑반찬인 오징어채볶음 - 일단 오징어채가 조미료와 감미료에 푹 담갔다가 뺀 거라고 한다. 거기에 달고 짠 양념을 더한 것이니 몸에 안좋은 거로 범벅되고 영양가는 별로 없다... (단거는 살찌고 짠 거는 고혈압 유발)
지금 우리 부부 식생활의 문제점
1. 위의 리스트에서 1,2번만 너무 많이 먹는다: 반복되는 메뉴에 질렸다. 요리도 하기 싫다.
2. 너무 바빠서 식단을 짜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걸 해먹는다: 필요한 재료가 집에 없을 때가 많고 오히려 다 못먹고 시들어서 버리는 야채도 많다. 계획을 짜서 짜임새있게 장을 보고 열심히 해먹어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
3. 야채를 더 많이 먹어야 한다: 사실 익힌 야채는 꽤 많이 먹는 편인데, 생야채를 많이 안먹는다. 일단 샐러드 야채는 빨리 시들기 때문에 잘 안사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샐러드가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몸에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챙겨먹지 않은 이유도 있다. (샐러드 야채의 주요성분은 그냥 물이다. 생야채에는 섬유질이 별로 없다. 섬유질은 익혀먹는 야채에 훨씬 더 많다. 샐러드 드레싱은 대체로 엄청 달고 칼로리가 생각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어쨌든 비타민을 섭취하는 좋은 방법이 생야채를 먹는 것이고, 특히 남편이 과일을 거의 안먹기 때문에 샐러드를 자주 상에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
4. 생선을 더 먹고, 붉은 고기를 줄여야 한다: 고기가 싸고 생선을 구하기 힘든 나라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고기를 많이 먹게 된다. 특히 남편이 양념 고기를 좋아하는데 요즘은 야채를 아주 많이 넣고 볶아주는 편이다. 생선은 가끔 한국수퍼에서 사오는 고등어와 코스코에서 사오는 연어, 냉동 틸라피아정도가 전부인데 좀더 연구를 해서 다른 생선도 사먹어봐야겠다.
5. 염분을 줄여야 한다: 한식을 주로 먹는 편이라 짜게 먹는다. 짭짤해야 남편이 좋아하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혼자 먹을 때보다 짜게 만드는데, 남편을 싱겁게 먹도록 길들여야한다.
6. 한식을 줄여야 한다: 남편이 3일만 연속으로 한식을 먹으면 지겨워해서 외식을 하게 된다. 집에서 색다른 외국 음식을 자주 시도하면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기도 하고 외식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한식이 좋다, 김치가 좋다는 말은 한국사람만 하지 다들 동의하는 건 아니다. 사실 나는 한식 중에 몸에 좋은 건 나물 정도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밥 중심이라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게 되고, 국, 찌개, 김치, 장 종류 때문에 염분이 너무 높아서 고혈압과 위암을 유발한다. 실제로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위암이 많다. 반찬 갯수가 많아야 잘먹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손이 두배로 많이 가기 때문에 주부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7. 전체적인 먹는 양을 줄여야 한다: 둘다 피츠버그로 이사온 이후 살 쪘다. 많이 먹는 게 좋은 것인 시대는 옛~날에 지나갔다. 소식해야 건강하다. 나는 아침 점심은 적당히 잘 먹는데 퇴근하고 나서 너무 힘들고 배고파서 저녁 때 폭식을 하는 게 문제다. 남편은 아침 점심을 거의 안먹고 하루 종일 굶다가 저녁 때 폭식하고 야식까지 먹는 등 하루에 섭취하는 영양소의 대부분을 저녁 6시 이후에 섭취한다는 게 큰 문제다. 이 문제는 본인이 마음을 먹어야 해결할 수 있다 - 아침 챙겨줘도 먹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챙겨줄 수가 없고 점심도 도시락을 싸줘도 잊어버리고 안가져가기도 한다.
에효~ 암튼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 가능한 메뉴, 현 식생활의 문제점을 정리했으니 이것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서... 다음 포스팅에 올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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