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좋은 동네^^


동네 뒷산에서 찍은 사진이다 ㅋ


말그대로 동네 뒷산인 Frick park에서 어제 하이킹을 했다. 요 며칠 엄청 추웠는데 어제는 햇살도 좋고 걷기에 딱 좋았다. 동네 뒷산 치고 산세가 아주 험하고 깊고 좋다! 나무들도 크고 멋지고 계곡도 깊숙하고... 이런 곳이 정말 집 바로 뒤라니 너무 신났다! 거길 걸으면서, 어릴 때는 이런 풍경이나 자연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 이런 게 좋아지는 걸 보니 우리도 많이 늙었나보다라는 대화를 했다 ㅎ

요즘은 남편의 짜증이 많이 줄면서 삶의 질이 좋아졌다 ㅎ 아직도 몇몇 귀찮은 일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데다가, 점점 동네가 파악되고 좋은 것들을 발견하면서 남편 기분이 2-3주 전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다. 물론 아직도 연구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 스트레스는 앞으로 테뉴어 받을 때까지 최소 5년 계속될 것이다 ㅎ)

둘다 새 job을 시작했기 때문에 매일매일 새롭고 할 얘기가 엄청 많아서 둘이 아주 수다떨기 바쁘고 서로 자기 얘기만 하려고 한다 ㅋㅋㅋ 둘다 통계 박사에 같은 학교 교수라는 것은 부부로서 아주 큰 공통점이겠지만, 요즘 남편이랑 일 얘기를 할 때마다 우리 둘의 직업이 얼마나 천지차이로 다른지 느끼곤 한다. 나는 통계를 잘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고 어렵지만, 내 job performance를 결정하는 아주 큰 부분은 사람들과 얼마나 의사소통을 잘하고 협조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진행시키고 interact를 잘하고 데드라인과 약속시간을 잘 지키고 team player로서 일을 잘하고, 뭐 이런 것들이다. 이게 정말 중요하고 내가 앞으로 승진해서 매니저가 되려면 이런 부분의 능력에 리더쉽, 정치력까지 잘 키워야 한다. (그래서 외국인으로서 내가 얼마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가 요즘 나의 주요 고민이다. 이미 미국에 늦게 와서 늦게 영어를 시작한 걸 되돌릴 수도 없고.) 어쨌든 내 일은 나혼자 하는 게 아니라서 남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남편은 반대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 아무도 남편한테 뭘 하라고 시키지도 알려주지도 않는다는 것. 남편 스스로 연구주제와 방법을 찾고 스스로 그랜트를 알아보고 돈을 따와야한다. 남편의 job performance는 정말 남편이 혼자 오피스에 앉아서 페이퍼를 생산해내는 능력에 달려있다. 물론 collaboration을 하긴 하지만 주로 통계학자들끼리의 co-work이고 그렇다보니 팀플레이어 역할보다는 본인의 창의성, 똑똑함, 아무것도 모르겠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해서 길을 찾고 컨텍스트를 잘 잡아내는 능력,이런 게 훨씬 중요하다. 

나는 내 직업이 정말 나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딱히 사회생활을 잘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통계박사들을 모아놓고 본다면 그 중엔 좀 남들과 일하기 편한 성격이랄까 ㅎ) 남편도 정말 나는 남편한테 이 이상 더 잘맞는 직업을 생각할 수가 없다 (자기 맘대로 하는 스타일이라 ㅋㅋ 싫은 일을 누가 시킨다고 꾹 참고 하는 거 질색하고, 좋아하는 일은 기가막히게 잘한다 ㅋ). 근데 아직도 우리는 가끔씩 너무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너무너무 게으르고 누워서 아이폰으로 게임하는 게 일상이고 맨날 놀 생각만 하는 우리가 교수랍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께였나? 커피숍가서 남편은 리만기하학 책 읽고 나는 뜨개질을 했다. 리나를 위해 베이비 스웨터를 뜨고 있는 중인데 너무 재밌다!!! 나의 진정한 열정은 역시 통계보다는 크래프트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해도 저절로 막 시간을 투자해서 하게 되는 게 진짜 좋아하는 거 아닌가 ㅋㅋㅋ



집 사진을 찍는 걸 맨날 잊어버리는데 마침 여기 집주인이 찍어둔 사진이 있다 ㅎ


집주인은 정말 특이한 사람인 것 같다 ㅋㅋㅋㅋ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특이하다 ㅎ 아주 인터레스팅하다! 여자 교수인데 나이는 좀 있어보이지만 아주 예쁘고 분위기있게 생겼다. 정말 피부에 주름이 장난아닌데도 피부 탱탱한 나보다 훨씬 이쁨! 렌트 계약할 때 페이퍼웍과 모든 절차를 너무너무 꼼꼼하게 해서 뭐 이렇게까지 하나, 우리를 못믿나 싶을 정도였는데 알고보니 이 사람 성격이 원래 정확하고 경우바른 사람인 것 같다. 세상에 집 빌려준다고 이렇게 오퍼레이팅 매뉴얼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폴더를 열어보면 집에 대한 여러가지 설명이 있다 - 물/전기/수도/난방 관련한 것들과 이웃이 어떤지, 쓰레기는 언제 어떻게 내놓는지 등등. 그리고 집안에 있는 각종 가전제품의 매뉴얼을 삼공펀치로 뚫어서 여기에 딱 꽂아놨다 ㅋㅋㅋㅋㅋㅋ 내가 이걸 보고 어찌나 웃었던지 ㅋㅋㅋ



 나는 그냥 그 존재만으로 신기하고 interesting한 사람을 좋아하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데 이 집주인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 것 같다 ㅋㅋㅋ



쓸 얘기가 이것저것 많았던 것 같은데 생각이 잘 안난다. 다음으로 미루겠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