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일은 이사! 며칠간 짐싸고 이사 준비하느라 바빴고, 오늘 아침 남편 먼저 차에 짐을 가득 싣고 피츠버그에 갔다. 으흐흑. 남편이랑 3주간 떨어져있어야 한다 ㅠㅠ
남편 먼저 가는 이유는, 둘다 피츠버그에서 일 시작은 9월 1일이지만, 나는 비자 때문에 8월 31일까지 시카고에서 일해야한다 ㅠㅠ 그래서 남편 먼저 가서 이사짐을 받고 정착할 건데, 어쩌다보니 8월말 -9월초에 캐나다에 워크샵을 가게 되어서, 내가 비행기타고 피츠버그에 도착하는 8월 31일에 남편은 거기 없다 ㅠㅠ
아무튼 오늘 남편은 새벽에 한국에서 전화가 오는 바람에 일찍 잠이 깨서, 나랑 침대에 누워서 나는 가수다를 다 보고 출발했다 ㅎㅎ 혼자 8시간을 운전해서 무사히 피츠버그에 도착했고, 우리가 이사들어가는 집에 들어갔는데 역시 집이 이쁘고 깨끗하고 좋다고 한다 ^_____________^ 아 너무 기대됨!
지금 사는 아파트에 있는 짐들은 거의 다 쌌다. 7월 말에 박스 주문해서 8월 초부터 틈틈히 쌌더니 수월했다. 남편이 집에 있어서 모든 게 수월했는데 이제부터는 나 혼자 해야된다;;; 다음주 목요일에 이사짐 센터 사람들오면 loading하는 거 지켜봐야하고, 가구 없는 집에서 2주 정도 혼자 살다가 마지막에 싹 비우고 나와야한다. 다행히 이하나가 빌려준 에어매트리스가 있고 부엌 카운터탑을 식탁처럼 쓸 수 있어서 그렇게 불쌍하게 살지는 않아도 될 듯하다;;;; 유틸리티 등등도 남편이 다 처리해줘서 너무 고맙고 편하다 ㅠㅠ 그래도 은근히 신경쓸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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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카고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내가 피츠버그로 가져갈 것 같다. 원래 계획은 이달 말까지 뭔가 하나 끝내려던 게 있었는데 이게 점점 복잡해져서 끝내는 게 불가능한데다가, 후임자한테 물려주기도 쉽지 않은 것이 데이터와 나의 R코드가 점점 복잡해져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이걸 물려받아서 하는 게 너무 힘들 것 같다. 게다가 그 후임자가 지금 EAD 카드가 안나와서 일 시작을 못하고 있으니...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PI (principal investigator)의 걱정이 커지고 있던 찰나, 우리가 조언을 얻고 있는 senior 통계학자가 이건 서영이가 계속 일하는 게 좋을 거라고 다른 사람 주면 서로 너무 힘들다고 몇마디 하니 덜컥 PI가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마 그 주장을 내가 했으면 먹히지 않았을 수도 -_-;;; 암튼 그래서 알아본 결과 피츠버그 쪽에서도 오케이, 내 보스도 오케이 해서 지금 subcontract를 추진 중이다. 이것의 의미를 풀어 말하자면, 이 PI가 내 월급의 20%를 피츠버그로 보내고, 나는 내 근무 시간의 20%를 이 프로젝트 일을 하는데 쓴다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 좋은 이유는 크게 세가지 이다. 1) 피츠버그 쪽에서 보면 내가 시카고 대학의 돈을 피츠버그로 끌어오는 것이고, 그 이유는 PI가 나랑 계속 일하길 원해서이므로, 내가 유능한 사람이라는 credit이 생긴다. 새로운 직장에서 이런 크레딧이 있으면 당연히 좋은 것이다. 2) 갑자기 새로운 일만 여러게 시작해서 적응하느라 애쓰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하던 일을 하는 게 편하다. 3) 이 PI가 가끔씩 미팅하러 시카고에 내가 와주길 바라므로 나는 공짜로 시카고에 왔다갔다 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온 김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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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남편이 집에서 전업주부 역할을 해주니 퇴근 후에 밥해먹고 치우고 틈틈이 빨래/청소 하느라 동동 거리지 않아도 되고 너무너무 좋았다~ 이제 그 시절은 안녕! 이사가서 둘다 풀타임으로 일을 할 생각을 하니 얼마나 힘들어질지 걱정이 된다. 요즘도 밥을 제대로 해먹기 힘들었는데 거기 가선 잘 해먹을 수 있을까? 그 동안 이제 곧 이사할 거라는 생각에 여러가지 식재료나 주방 도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간단한 것만 해먹었는데, 피츠버그 가면 일단 코스코 멤버쉽부터 사고 계획을 잘 짜서 건강한 식생활을 해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부지런해져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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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남편이 가고 집에 혼자 남아서 남은 이사짐을 싸고 정리를 하고 그러고 있으려니,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그 약간 서러운 감정에 울컥할 뻔 했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걱정해주는 남편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하고 힘이났다. 떠나기 직전까지 "에구 이쁜이 혼자 여기서 어뜨케 살어~"라며 걱정하던데 나는 거꾸로 지금 피츠버그에 혼자 가있는 남편이 더 걱정된다. 아무도 없는 새로운 곳에 처음 도착해서 어두운 집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정착하는 일...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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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라는 대도시에 살아본 거, 좋았다. 시카고가 진짜 좋다기 보단, 채플힐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게 뭐냐' 이런 반응이라면 시카고에서 왔다고 하면 다들 '아~' 이러니깐. 근데 채플힐에서의 삶이 더 진짜 typical한 미국 생활에 가까운 삶이고, 또 나한테는 고향 같은 곳이다. 시카고에서 즐기는 도시 생활의 재미는, 서울이 훨씬 더 강하다. 왜냐면 서울이 훨씬 더 크고 더 복잡하고 더 밤늦게까지 활발한 진짜 도시니까.
이제 얼마 후면 여기도 안녕인데, 남은 시간은 이제 사람들 만나서 작별인사하느라 바쁠 듯하다. 남편이랑 떨어져있는 동안엔 시간이 그렇게 안가더니, 남편 오고 난 이후 올 여름은 정말 바람같이 지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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