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들



사진은 베가스에서 본 벨라지오 분수쇼 사진인데, 보통 찍는 각도가 아닌, 벨라지오 호텔 안쪽에서 바깥쪽(에펠탑이 보이니 아마도 건너편 패리스 호텔?)을 보면서 찍은 거다.

1-1.
아 정말 매 순간 "what a glorious life it is"가 절로 나올 것 같아서 입을 꼭꼭 틀어막고 싶던 상태로 몇달이 지난 것 같다. 그동안 힘들게 롱디하면서 힘들게 힘들게 노력한 끝에 보람있게도 둘다 만족하는 직장을 같은 곳에 구했으니. 거기에 학생시절의 생활 수준에서 갑자기 업그레이드되는 삶의 질이 가져다 주는 그 붕 뜬 느낌. 때맞춰 이사온 시카고 다운타운 아파트가 가져다주는 super fancy한 도시생활. 주변 사람들의 "와 너네 벌써 둘다 교수네" "와 정말 일찍 자리잡았다" 낯뜨거운 찬사. 이런 것들이 합해져 우리는 정말 구름위를 날아다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산 것 같다. 

어느 날 남편이랑 차를 타고 어디가면서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내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자뻑에 빠져서 넋놓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그 다음을 준비해야돼" 라는 말을 했는데, 그것은 정말 내가 한 말이지만 내가 들을 필요가 있던 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동안 얼마짜리 집을 언제 사고 그러려면 돈을 어떻게 모아야하는지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나는 계산을 하면 할 수록 월급쟁이로서 아무리 잘 벌어봤자 정말 그 한계가 참 빤-하다는 게 보였고, 그 한계를 넘어 그 다음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하는 생각을 살짝 남편한테 공개해서 남편 놀래 뒤집어지고 ㅋㅋ (뭐 별 건 없고 결국 운이 좋아야 하는 것인데 진짜로 운이 좋아서 뭔가 기회가 왔을 때 그걸 놓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미리 좀 생각해두었을 뿐이다)

아무튼 그랬는데, 나의 포커스는 결국 집집집 은퇴은퇴은퇴 이거였던 것 같다. 근데 이제 피츠버그로 이사가는 게 한달 앞으로 다가오니, 당장 내년, 내후년 생활을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아기를 가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게 우리의 큰 문제다. 

1-2.
과연 우리같은 맞벌이 부부가 피츠버그에서 가정을 꾸리는 일이 어떻게 될 것이냐... 일단 기가 막히는 fact가 있다.
 - 피츠버그 대학의 유급 출산휴가(정확히는 family leave)는 4주다. (WTF!!!!!!!)
 - 피츠버그 대학의 데이케어 센터는 6주 이상의 아기만 받아준다.
엥? 아기 낳기 바로 직전까지 근무를 해도 출산휴가를 다 쓰고 나면 아기가 4주인데, 그럼 데이케어가기 전까지 2주는 이 아기를 어쩌라는 거임???? 이건 뭐 4주 안에 몸을 회복하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당장 학교로 돌아갈 때 아기를 맡길 곳이 없다는 훨씬 큰 문제가 있다!!!!! 이 사람들이 그러니까 당연히 집에 도와줄 누군가가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는 거다!!! 한국이랑 똑같음!!! 그래도 한국은 출산 휴가 3개월은 주는데!!!!

보통의 미국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 생각해보면, 일단 주변에 아기낳은 미국인 동료들을 보면, 한국처럼 부모님이 와서 도와준다. 전에 호스트 패밀리었던 벤슨 부부도 맨날 자식들 산후조리 해주러 다니느라 바빴다. 내 전임자였던 민디도 손주 돌봐주러 다른 주로 이사가야해서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내가 취직함 -_-;;;) 아 이 가족에 양육을 기대는 후진 시스템이라니. 

도와줄 사람이 주변에 없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내니를 둬야하는 상황이다. 사실 너무 어릴 때부터 데이케어 보냈다가 실명된 아기가 있다는 둥 너무 끔찍한 얘기를 많이 들어서 내니를 고용하는 걸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니가 얼마인지 알아봤더니, 대충 한달에 3000불은 줘야 대학은 나오고 영어는 할 줄 아는 내니를 고용하겠더구만.

한달에 내니한테 3000불 주고, 아기 분유 기저귀 병원비 기타 등등 돈들어갈 것들을 생각하면, 이건 뭐... 한사람 월급이 거의 다 아기한테 들어갈 수도 있게 생겼다... 그럼 우리 모기지내면서 어떻게 살아야하나... ㅠㅠ 이러니 집 사기 전에 아기를 낳았다간 언제 다운페이를 모을 수 있을지 답이 안나오는 것이다.

1-3.
남편이 나를 닮아가나보다. 이제 아직 태어나기는 커녕 임신도 안된, 임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이 아기의 대학 학자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_-;;; 미국은 대학 학비가 너무 비싸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대학교를 졸업할 때 완전 빚더미에 오른다. 내 친구 르베카는 아직도 학자금 론을 못갚았다.

물론 우리 아이가 피츠버그 대학을 가면 우리가 교수이기 때문에 아주 싸게 다닐 수 있다. 그치만 만약 얘가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면 우리가 얘한테 돈아끼게 피츠버그 대학으로 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고등학교 내내 전교 1등이었던 내가 학비 싼 세무대를 가라 경찰대를 가라 이런 얘기 들었을 때마다 느낀 이상한 기분을 생각하면 나는 애한테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애가 공부를 잘하고 좋아하면 우리가 돈을 대줄 능력이 안되어서 student loan을 받게 해서라도 가고 싶은 학교를 가라고 할 거다. 

그런데 진짜 혹시 만약 진짜진짜 만약 애가 공부를 잘해서 덜컥 아이비리그에 합격해버려서 무진장 비싼 학비를 내야한다면? 그걸 정말 애 이름으로 다 빚을 내서 다니게 할 것인가? 남편은 옛날부터 대학 학비는 대주고 싶다고 했고 나도 머리로는 대학교부터는 본인 힘으로 다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으로는 불쌍해서 도와줄 듯. 그래서 우리는 대학 학자금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2.
'나는 꼼수다'가 컬투쇼를 제치고 팟캐스트 다운로드 1위를 했다고 한다! No wonder! 요즘 이것 때문에 나랑 남편은 정치가 너무 재미있어졌다 ㅋㅋ 진짜 강추!!!!!

이걸 들으면서 그리고 인터넷 뉴스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 당하고도, 이 꼴을 보고도 사람들이 또 멍청하게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아놓는다면, 난 진짜 한국이라는 나라 구제불능이라고 본다. 박근혜, 아무런 검증된 능력이 없는, 정말 가진 거라곤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뿐인 이 사람을 뽑는다는 건 결국,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나도 부동산으로 앉아서 돈 좀 벌어보고 싶다는 욕망의 표출이지 않은가. 아니면 그냥, 멍청해서 잘 몰랐거나. 어느 쪽이든 이명박한테 이만큼 당하고도 정신을 못차렸다는 뜻이니, 그냥 정말 '너네 계속 그렇게 잘먹고 잘 사세요'라는 말 밖에 해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