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에 해당되는 글 323

  1. 2012.02.13 허무 개그 8
  2. 2012.02.12 눈/집 구경/어쿠스틱 라이프 4
  3. 2012.01.30 남편 생일 6
  4. 2012.01.10 먹는 이야기 6
  5. 2011.12.31 하나 원열 방문 4
  6. 2011.12.22 샌프란시스코 사진 4
  7. 2011.12.16 맞벌이 부부의 식생활 6
  8. 2011.12.04 My Job 4
  9. 2011.11.26 Thanksgiving 4
  10. 2011.11.08 착샷 4

허무 개그

방금 '낢이야기'를 보다가 이 사진을 보고 우와 이게 한국에 있는 건물이래 하고 놀라서 남편을 보여줬다 ㅋㅋ



출처는 네이버 웹툰 낢이야기.

미국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옛날 건물 스타일 ㅋ 근데 남편이 "잠깐, 우리집이랑 이거랑 뭐가 더 오래됐을까" 하며 찾아보더니 ㅋㅋㅋㅋㅋ 결과는 역시, 우리집이 더 오래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최초의 성당보다 오래된 집에서 살고 있어 우리는 ㅋㅋㅋ

아아 20년대에 지어진 집에 살아볼 줄은 꿈에도 몰랐고 아니 그런 건물이 이렇게 흔하게 널려있는 도시가 있는 줄도 몰랐다 전에는 ㅋㅋㅋㅋ

이틀 연속 블로그 업뎃이라니 간만의 투혼 ㅋ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눈/집 구경/어쿠스틱 라이프



어제부터 눈이 엄청 왔다. 사실 이 사진은 오늘찍은 게 아니고 전에 또 눈 많이 왔을 때 남편이 뒷산가서 찍은 것^^; 저 파란 옷 입고 걸어오는 사람은 잘 보면 스키신고 폴 찍고 오고 있다! 눈 많이 왔다고 크로스 컨츄리 스키하는 사람! 오늘도 한명 봤다 ^^;;;


이제 점점 시간이 촉박해지고 있는데 맘에 드는 집이 안나와서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 요즘이었는데, 어제부터 기분이 무진장 좋다 ㅋㅋㅋㅋ 학교 근처 시내에서 우리 예산으로 괜찮은 집을 사는 건 불가능한가보다 하고 체념하는 마음으로 서버브의 집들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리얼터랑도 연락해서 이번 주말에 서버브에 집 구경하러 가기로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불편할 것 같은 거다. 시카고에서 살았던 경험 때문인지, 아님 정말 도시에서만 20년 넘게 산 체질이 몸에 박힌 것인지, 그로서리 가는데만 10분을 운전해서 나가야하고 출퇴근 때마다 교통 체증에 시달려야 하고 당장 차를 한대 더 사야한다는 게 너무너무 싫은 거다. 특히 남편이 아주 질색을 하고 서버브 얘기만 나오면 우울해하는 거다.

그래서 어제 처음으로 내가 본격 질로우질을 시작했다 ㅋ (질로우질: 우리 둘만 쓰는 용어로, zillow.com에서 매물을 뒤져보는 행위를 뜻한다 ㅋㅋ) 그러다가 정말 너무 좋은, 근데 좀 황당한 집을 발견한 거다 ㅋㅋㅋㅋㅋ 아래 지도에 표시된 섬 (Herrs Island)에 있는 타운 홈이다 ㅋㅋㅋ


서버브에 사는 것보다 훨씬 더 학교와 도시에 가깝고, 대중 교통이 닿지 않는 똑 떨어진 섬에 있어서 치안 확실할 거고 동네도 끝내주게 이쁘고, 물가에 카약이 떠있고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뷰도 끝내주고, 무엇보다 집이 우리가 여태 본 집들 중 최고로 멋있고 정말 판타스틱하다! 학교 근처 타운 홈보다 조금 싸고 대신 집이 더 좋고 학교에서 조금 멀다는 건데, 그냥 그 집 자체가 너무너무 좋아보여서 완전 헤까닥 ㅋㅋㅋ 아무튼 그러다가...

오늘 아침 우리의 멋진 리얼터 캐서린이 보내준 새로운 리스팅... 그 중에 하나가 우리가 원래 처음에 고려했던 학교 근처 동네에 있으면서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것이다! 사실 나는 지금 웬만한 집도 다 마음에 안들어하는 남편 덕분에 집보는 거에 좀 지쳐서, 남편이 좋아하는 집이면 거의 무조건 오케이인 상태인데, 이 집은 정말 남편이 아주아주 마음에 들어한다. 그래서 오늘 눈을 뚫고 달려가서 그 집을 겉에서만 구경하고 동네 구경도 좀 했는데 cul de sac이고 내 오피스는 단 2마일 떨어져있으며 공원에 딱 붙어 있어서 정말 좋아보인다...

내일 가서 리얼터랑 직접 보기로 했는데 너무너무 기대된다!!! 아 정말 이 집으로 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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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홈페이지에서 알게 되어 뒤늦게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를 보게 됐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밌어서 이틀만에 100회 넘는 걸 정주행했다 ㅋㅋㅋㅋㅋ 우리랑 비슷한 또래, 결혼 4년차 부부의 일상에 대한 만화인데 우리랑 비슷한 점이 의외로 많은 것이다! 사실 부부생활에 대한 흔한 이미지는 '웬수야 웬수'류의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코드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쿠스틱 라이프에서 드디어 우리가 감정이입할 수 있는 코드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읽으면서 너무 재밌으면서도, '사실 우리 얘기도 엄청 재밌는데'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급기야 오늘 오후 갑자기 만화를 그리기 시작 ㅋㅋㅋㅋ 첫 작품치고 잘 그렸다고 자부하지만 남한테 보여주기는 너무 부끄러우므로 ㅋㅋㅋ 남편과 둘이서만 보고 킬킬 거리고 여기엔 뿌옇게 자랑샷만 남기기로 한다 ㅋ


만화를 정주행하고 나서는 작가의 블로그 '스페이스 난다'를 봤는데 오오, 이 사람 성격은 나랑 많이 다른데 뜨개질도 하고 재봉질도 한다! 요즘 뜨개질도 재봉질도 쉬고 있는데 이유는 사실... 더 새로운 재료를 사기 전에 집에 있는 실과 패브릭을 다 써야만 할 것 같아서... 그런데 그것들로 뭘 만들지 딱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새로운 천을 확 사버릴까. 맥시 드레스 만들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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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갑자기 필받아서 찍은 요리사진 ㅋㅋㅋ 찹쌀 도너츠 믹스 사다가 튀겨먹었다 ㅋㅋㅋ 눈오는날 집에서 찹쌀 도너츠 먹으며 인터넷으로 리스팅보며 남편과 열라게 수다떨기. 완전 좋아 ㅋ


귀여운 도너츠들. 내가 한국에 살았다면 평생 이런 거 직접 튀겨먹을리 없겠지만 여기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저녁엔 화이타 해먹었다. 완전 간단!!!! 양파 피망 닭가슴살 볶으면서 소금 후추로 간하고, 화이타 맛을 내기 위해 old bay seasoning과 큐민을 좀 넣었다. 불맛을 내기 위해 양파 피망 닭가슴살 각각 따로 볶아서 나중에 합체했다. 밀전병에 싸먹으니 완전 간단하면서도 맛나네! 앞으로 도시락 메뉴로 종종 애용할 듯.


사실 요즘 잡채를 두번이나 해먹었는데 그 사진이 남지 않았다니 아쉽다. 갑자기 이유도 없이 잡채에 꽂혀서 당면 사와서 두번에 나눠서 다 해치웠다. 난 이제 잡채를 30분 만에 만들 수 있는 여자임 -_-V 잡채는 손이 많이 가는 잔치 음식이라는 느낌 때문에 할 때마다 남편한테 엄청 생색낸다. 나처럼 돈도 많이 벌어오면서 토요일 아침상에 잡채를 차려내는 와이프가 어디 있을 거 같냐고 ㅋㅋㅋㅋㅋㅋㅋ

암튼 ㅋㅋ 내일 집 구경 기대된다~ 아 이번엔 제발 남편이 문제점을 발견하지 않기를!!!





남편 생일

겨울이라 사진찍을 일이 없다. 요즘은 어딜가도 나무들이 앙상하고 을씨년스러워서 ㅋ 그래도 요즘 새로운 음식들을 또 해먹었는데 사진 찍는 걸 맨날 잊어버린다. 그래도 블로그 업데이트를 한지 오래됐으니 그냥 사진 없이 써보기로 한다.

1.
그저께는 남편 생일이었다. 남편은 항상 자기 생일이라고 특별히 뭐를 하거나 선물을 받는 걸 늘 거부한다. 이번에도 내가 마음대로 생일 선물을 사면 환불해버릴 거라며 거부하다가 마침 라켓볼 라켓이 필요하다는 게 생각나서 그걸 선물로 사줬다 ㅋ 생일 기념 외식은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일식집에서 맛난 스시 정식을 먹었다 ㅎㅎㅎ

남편이 벌써 만 서른 한살이라니. 십년을 넘는 세월을 같이 했지만 내가 이 남자의 가치를 그 어렸을 때 벌써 간파했다는 점에서 나는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 ㅋㅋㅋㅋㅋ 지금 남편이 성취한 것들은,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나는 사실 옛날부터 이미 이렇게 될 거라고 예견했고 기대했고 믿었던 거 같다 ㅋㅋㅋㅋㅋ 

그치만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건 남편과 내가 강산이 바뀔 만큼 오래 같이 했지만 아직도 너무 좋다는 거가 중요한 거다 ㅋㅋㅋ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ㅎ 

요즘 남편은 연구 진도가 안나가서 괴로워하는, 1년차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자괴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 티칭도 많이 익숙해졌고 이벨류에이션도 잘 받았고 학교에 적응 잘 하고 있으니, 내년쯤부터는 성과가 쑥숙 나오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벌써 2012년의 1/12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새해 계획을 잘 지키고 있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금연 잘하고 있고, 계획대로 주말마다 이 넓은 2층집을 혼자서 깔끔히 싹 청소해놓는다. 주말마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쇼핑을 간다는 계획도 100프로는 아니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지켜주고 있다! 오늘도 귀여운 가방하나 선물받았다 완젼죠아!!!!!

2.
연구 스트레스에 출근을 괴로워하는 남편에 비해 나는 일을 너무 좋아해서 미안할 지경이다. 어떤 땐 일이 너무 어렵고 챌린지가 많긴 한데, 어쨌든 살아남아보려고 애쓰고 있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싫지 않다. 저번주에는 NIH에서 하는 Early Career Reviewer program에 신청도 했고 의대 내부에서 하는 워크샵도 두개나 신청했다. 늘 걸리는 것이 내가 이런 영어로 과연 그 자리에서 버틸 수 있을까하는 것인데, 특히 NIH 프로그램은 정말 걱정이지만 만약에 된다면 무조건 밀어부칠 생각이다. 지금이야 어딜가도 나 혼자 외국인인 상황에서 highly intellectual conversation을 해야하는 상황이 너무 많아서 압도당하는 느낌이지만, 결국 내 또래가 중견 매니저급이 되는 시대가 되면 통계학자는 절반 이상이 중국사람일 테니까, 이런 병원, 의대 세팅에서도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시작할 거라고 믿는다. 그 때가 됐을 때 내가 딱 '준비된, 유능한, 훈련된, 증명된 예비 매니저'여야 한다. 그게 목표다. 

3.
집, 집, 집... 그동안 집들을 많이 봤는데 실망의 연속이다. 게다가 매물이 많이 나오지도 않고, 그동안 우리가 버린 집들도 바로바로 다 팔려버려서, 그럼 짧은 출퇴근시간을 포기하고 남들처럼 서버브로 나가야 하나 하는 마음에 오늘 남편과 서버브 구경을 좀 했다. 결론은, 확실히 서버브엔 매물도 훨씬 많고 집들도 훨씬 좋고 동네도 예쁘다. 근데, 내가 서버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채플힐 처럼 한가하면서도 차몰고 나가면 주요 가게들 쉽게 가서 주차 쉽게 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이미지인데, 우리가 본 곳은 그로서리까지 최소 10분을 운전해야하니, 우리 성격에 특히 답답한 거 싫어하고 절대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남편 성격에 과연 살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일단은 서버브는 당분간은 생각 안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시내로 돌아와 최근에 가격을 내린 집을 한채 구경했는데, 플로어 플랜은 그동안 본 집 중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세상에 집안에서 담배를 피워서 꼭 라스베가스 카지노처럼 집안에 담배냄새가 찌들어있는 것이다 -_- 게다가 지하에 석면을 아직 제거를 안했다 -_- 오마이갓. 게다가 지하가 어찌나 더럽던지. 지금 살고 있는 집처럼 지하를 깔끔하게 해 놓은 집을 본 적이 없다! 이사나가서 빈 집 빼고는.

오늘 아침에 새로 나온 집도 겉에서만 보고 왔는데, 역시 그냥 패스. 향이 너무 안좋고 옆집이랑 너무 붙어서 어두울 것이 뻔하다. 주차장도 없다. 아 정말 왜 마음에 드는 집이 없는 걸까!!!!

우리의 리얼터 캐서린은 우리가 아마 쫌 귀찮을 것이다 ㅋㅋㅋ 그치만 캐서린은 정말 최고다. 절대 푸쉬하지 않고, 신경써서 매일매일 우리한테 맞을 것 같은 집을 이메일로 보내주고, 우리가 보고 싶다는 집이 있으면 바로바로 약속을 잡아주고 정말 발빠르게 움직여준다. 집 구경가서는 꼼꼼하게 같이 봐주고 우리가 모르는 구조적인 문제 - 지하의 습기 제거 공사나 전기 배선, 난방 시스템 등등에 대해 다 짚어준다. 장사꾼같이 사기치는 게 전혀 없고 정말 믿음직하고 성실하다! 나의 이 끝내주는 인복이란 ㅋ

4. 
미국와서 처음으로 주치의를 만나 정기진료?를 받았다 ㅋㅋㅋ 역시 나의 주치의도 짱 ㅋㅋㅋㅋ 완전 친절하고 사람좋은 아줌마 ㅋ 아는 사람한테 소개 받은 유명한 의사니 당연히 좋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만나고 나서 더 좋아졌다 ㅎ

병원에서 거의 세시간을 보냈다. 의사랑 만난 시간은 한시간이 좀 넘은 것 같고, 중간 중간 기다리는 시간이 엄청 길었다. 예를 들면, 무슨 무슨 검사를 해야하니 옷 갈아입고 있으라고 하고는 한참 있다가 돌아온다든가 하는 미국적인 비효율의 문제가 있었다. 그치만 의사와 만나는 시간 자체도 길었는데 그건 참 좋았다. 내 건강에 대해 관련된 질문을 어찌나 세세하게 하는지. 정말 전방위적인 질문을 했다 ㅋㅋㅋ 나중엔 완전 나의 정신건강과 부부관계까지 파악하려는지 ㅋㅋㅋ 기본적으로 내가 얼마나 안정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를 확인하려 드는 것이었다 ㅋ

피검사 결과가 아직 안나오긴 했지만, physical결과 의사가 You're perfect라고 했고 특히 내가 염려했던 혈압은 역시 정상이었다. 처음에 쟀을 땐 저번처럼 엄청 높게 나왔는데 병원에 세시간을 있다보니 긴장이 풀렸는지 나중에 쟀을 땐 완전 정상이었다.
 
아 병원 재밌어 ㅋ 병원에서 일하면서 이제서야 주치의를 만나다니. 그래도 이제라도 만났으니 된거지 뭐 ㅋ



아 벌써 잘 시간. 주말은 어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것일까. 

 

먹는 이야기


잘 먹고 살아보겠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래도 그동안 찍어둔 사진들이 꽤 모여서 올려본다.

1.
저번에 하나 원열이 와서 잔뜩 만든 만두를 넣고 떡만두국을 끓였다. 너무 맛있어서 뜨거운데도 순식간에 다 먹어버린다 ㅋ 벌써 세번 먹었는데 안지겹다 ㅎㅎ


2.
칠리! 요즘 칠리에 맛을 들였다. 사진은 도시락 싸갔을 때 찍은 거라 별로 먹음직스럽진 않지만 ㅋㅋㅋ 내가 끓인 칠리 진짜 맛있다!


칠리를 처음 접해본 건 2006년 도미닉네 집에서 였다. 남편이랑 도미닉이랑 막 1년차 시작해서 둘이 친해지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저녁 초대를 했더니 도미닉이 자기 기숙사로 우리를 불러서 생전 처음 본 음식을 만들어 주면서 이게 멕시칸 음식이고 '칠리 콘 카네'라는 거라고 말해줬다. 자기 엄마가 만들어 주던 게 생각나서 만들어보는 거라고... '콘 카네'는 with beef라는 뜻이다. 그 때는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몇년을 미국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TV같은 곳에서 칠리를 보게됐고, 그게 도미닉이 만들어준 칠리 콘 카네와 같은 거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칠리는 대부분 소고기 간 것이 들어가니까. 칠리 콘 카네를 줄여서 칠리라고 하는 셈이다. 요리 프로에서 칠리 만드는 것도 본 것 같고, 드라마를 보다보니 칠리가 미국 사람들한테 어떤 음식인지 대충 알게 되었다. 미국 사람들이 집에 모여서 풋볼 경기보는 파티를 하거나 할 때 잘 만드는 것이 칠리다. 풋볼을 볼 때 칠리나 과까몰리에 칩 등 멕시칸 음식들을 많이 먹는다. 한국 사람들이 떡볶이 만들어먹는 거랑 비슷한 의미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음식을 안다는 건 단순히 음식의 맛, 만드는 법을 아는 게 아니라 언제 어떤 상황에서 주로 먹는지도 알아야 진짜로 알았다고 볼 수 있다)

시카고에 이사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길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상받은 칠리라고 자랑자랑 메뉴판에 쓰여있길래 칠리를 사먹었는데 환상의 맛이었다. 그 이후 기회가 있을 때 가끔씩 사먹었다. 샌드위치 가게나, 특히 스키장에서 점심 사먹을 때, 뻑뻑한 샌드위치만 먹는 것보다 따끈하고 묵직한 칠리를 떠먹으면 속이 따뜻해지면서 든든하다.

내가 칠리 만드는 법: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 다진 것 한주먹, 피망 다진 것 한주먹, red pepper flake를 약불에 오래 볶는다. 토마토가 있으면 dice해서 같이 볶는다. 야채가 푹 익으면 간 소고기를 반근 정도 넣고 볶는다. 통조림 콩을 세가지 정도 다른 종류로 각각 반 캔씩 넣는다. 이 쯤되면 야채에서 나온 물 때문에 볶는 게 아니라 끓이는 게 된다. 토마토 소스를 2컵 정도 넣고, 칠리 맛의 핵심인 '큐민'을 넣는다! 큐민을 꼭 넣어야 일반 토마토 소스가 아닌 진정한 칠리 맛이 난다. 뭉근하게 끓이는데 오래 끓일 수록 맛나지만 일단 끓은 다음에는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다. 냉장고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칠리는 더 맛있다. 칠리는 보통 saltine cracker(참크래커 같은 것으로 주로 수프랑 같이 먹는 하얀 크래커)를 부셔서 칠리에 넣어먹거나, 부드러운 빵에 찍어먹는다. 핫도그위에 올려먹어도 맛있는데 그걸 보통 '칠리 독'이라고 한다.

아 쓰다 보니까 또 먹고 싶군 ㅋㅋㅋㅋ

3.
요즘 맛들인 샐러드. 이게 다 내 오피스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Red Oak Cafe라는 식당 덕분이다. 거기 샐러드가 신선하면서 드레싱이 전혀 달지 않고 아주 독창적이어서, 샐러드 맛을 알아버린 거다!!! 이건 내가 요즘 도시락으로 싸가는 샐러드다.


사실 샐러드 도시락을 싸는 건 손이 많이 간다. 방법: 주말에 닭가슴살을 구워 놓고, 달걀을 삶아놓고, 베이컨을 구워 기름기를 닦아낸 후 잘게 썰어놓는다. 당일날 아침에 껍질 벗긴 달걀과 잘 씻은 토마토, 베이컨, 닭가슴살을 밀폐용기에 담아가고 샐러드는 집락 봉지에 담고 드레싱은 병째로 학교에 가져간다. 학교에 있는 일회용 접시게 샐러드 담고, 토마토 썰어놓고, 달걀 썰어놓고, 닭가슴살과 베이컨은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올리고, 드레싱 (나는 요즘 발사믹 비니그렛 먹는다) 뿌리면 완성! 이거 단백질이 많이 들어가서 꽤 배부르고 맛도 아주 좋다!

4.
이건 그냥 어느날 저녁 밥상이다. 이 사진을 찍었다는 건 평소엔 이것보다 훨씬 초라한 밥상이라는 얘기. 이날은 완전 진수성찬. 어쩌다보니 된장찌개에 새우튀김에 훈제 연어 샐러드까지. 밥은 백미 반 현미 반.


5.
빠에야! 우리 둘다 빠에야에 푹 빠져버렸다. 지난주 금요일 남편이 금욜 기념 외식을 하자면서 난데없이 스페인 갔을 때 먹었던 음식이 먹고 싶다는 거다. 남편이 스패니쉬를 몰라서 그림만 보고 시킨 음식이 이 빠에야였다는데, 나는 인터넷으로 온갖 요리를 사진과 글로만 섭렵하는 사람이다보니 말하자마자 뭔지 알았다. 피츠버그에 있는 스패니쉬 식당을 검색해보니 가까운 곳에 아주아주 작은 스패니쉬 식당이 있어서 가봤는데.... 완전완전 대만족!!! 서비스는 좀 별로 였지만 (서버들이 좀 머리가 나쁜 거 같았다 ㅋㅋㅋ 느리고 비효율적) 가게가 너무 예뻤고 기분 내려고 화이트 상그리아를 마셨는데 그것도 너무너무 맛있어서 정말 정말 대 만족. 드링크를 마시고 "아 왜 이렇게 안나오나"할 때쯤 나온 빠에야. 완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또 갈뻔했는데 참았다는 ^^;;;; 아무튼 이날 음식은 정말 우리 입맛에 꼭 맞았고 감동이어서, 다른 스패니쉬 식당에도 가서 빠에야를 먹어보기로 했다. 나는 이날 이후로 집에서 빠에야와 상그리아를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고 있다. 빠에야 레시피를 찾아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데 핵심은 saffron이라는 향신료와 short grain rice. 그리고 불위에서 볶다가 바로 오븐에 들어갈 수 있는 르크루제 같은 냄비가 있으면 아주 좋을 것 같다.

6.
이것은 음식은 아니고 새로 지른 그릇 세트 자랑 ㅋ 그릇을 제대로 갖추는 건 우리가 늘 꿈꾸고 있는 드림 홈을 만들기 위해 돈 쳐들여서 사야하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한 때 그릇에 관한 리서치를 꽤 했었고 빌레로이 그릇도 몇장 모았었는데 결국 내린 결론은 - 그런 좋은 그릇으로 셋트를 갖추는 건 가격 때문에 너무 오래 걸릴 테니 그냥 흰색으로 일단 구색을 다 갖추어놓고 좋은 그릇은 천천히 모으자.


위의 셋트는 미카사 제품으로 10인분의 큰접시, 작은 접시, 머그컵, 포크 나이프 스푼이다. 이걸 코스코에서 99불에 파는 걸 보고 와 진짜 싸다 완전 굿딜인데 당장 필요없으니 나중에 이사가면 사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할러데이가 지나고 나니 69불에 팔고 있는 것이다!!!!! 1인분에 7불 꼴이라는 것인데 이게 정말 말이 돼? 남편과 서로 쳐다보면서 놀라워하다가 얼른 카트에 담아버렸다 ㅋㅋㅋㅋ 4박스 밖에 안남아있어서 불안했다 ㅋㅋㅋㅋㅋ

얼마 전에 크레이트 앤 배럴에서 너무너무 이쁜 밥공기 8개와 국수그릇 크기의 볼 6개를 싸게 장만해서, 대충 구색이 갖추어졌다. 다행히 비슷한 톤의 흰색이다. 이제 같은 흰색으로 국그릇만 좀 사면 완벽하다. 이제 손님이 몰려와도 예쁘게 상차릴 수 있다 으하하 (근데 식탁도 없고 결정적으로 몰려올 손님도 없군 ㅋㅋㅋㅋ)

7.
밑의 스크린 샷은 요즘 버닝하고 있는 아이폰 게임 ㅋㅋㅋㅋ Sims Freeplay. 남편이랑 요거 열심히 하고 있다 ㅋㅋㅋㅋ 하다보니까 컴터 버전 Sim 시리즈 게임에 손을 대고 싶어졌는데... 그러면 안되겠지... 사실 젤 하고 싶은 건 문명.... ㅋ


요즘 집사는 것 때문에 생각이 많다...


하나 원열 방문


그들이 다녀갔다! 22일부터 27일. 5박 6일이네 ㅋ
23일 아침 브런치먹으러 파멜라에가서 찍은 사진 ㅋ



가족같은 친구들이라 우리집에서 머무는 동안 정말 편하고 재밌게 잘 놀았다 ㅋ 23일날 학교쪽으로 가서 성규오빠가 일하는 cathedral구경으로 관광 시작.


cathedral 내부는 언제 봐도 멋져. 이날은 트리 장식도 있었다.


아이돌 포스.


그리고 cathedral의 국가별 테마를 자랑하는 교실들을 둘러보았다 ㅋ


여기는 성규오빠가 지난 학기 동안 강의를 한 강의실! 이렇게 큰 곳에서 하는 줄 몰랐당~ 정교수님 대단하심! ㅋㅋ 아이폰 사진이라 쪼그마함 ㅋ

 

윗 사진을 찍고 있던 나와 원열



이날 내 얼굴은 정말 팅팅 부었구만 ㅋ


다시 아이돌 포스 원열



밖에 나와서 한컷


우리도 ㅋ 부은 얼굴과 대책없는 머리 ㅋ 둘다 상태 안좋아 ㅋㅋㅋㅋ


저녁 때는 만두를 빚었다 ㅋ 속재료 일일이 준비해서 넷이 앉아서 열심히 빚었는데 그 사진은 없네... 엄청 많이 빚었다 ㅋ


하나가 양념해온 불고기 넣고 만두 전골~ 대박대박!


이하나 요리모드


우리 루미큐브도 하고 포커도 하고 그랬는데 남은 사진은 요 사진뿐이네 ㅋㅋㅋㅋ


다음날은 스키장에 1박 2일로 다녀왔다. 호텔 방 + 리프트 티켓 4장이 99불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에 가서 진짜 잘 놀고 왔다 ㅋ 대박대박
이제 크리스마스를 스키장에서 보내는 건 올해로 세번째인가? 우리의 tradition으로 굳어졌다 ㅋ


다음날 쑤시는 몸을 이끌고 마운트 워싱턴가서 피츠버그 경치 구경


이사진 넘 웃기심 ㅋㅋㅋ


뒷모습


내가 좋아하는 Shadyside의 월넛 스트릿 가서 커피도 마시고 가게들 구경. 재밌는 거 많은 선물 가게에서 몇 컷 찍은 사진들.











다음날 그들이 가고 우리에겐 만두가 남았다. 손만두 너무 맛있다!!! 떡만두국을 끓였더니 너무 맛있어서 오늘 아침에 또 해먹음


하나랑 진주 목걸이 만든 사진이 없네... 재밌었는데 ㅋㅋㅋㅋㅋ 진짜 둘다 얼른 졸업해서 이동네로 이사오면 참~~~~ 좋겠다!!!!!!!


내가 일하는 병원은 12월 23일부터 1월 2일까지 다같이 쉰다. (휴가 날짜는 깎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3일 더 놀고 그 다음날부터 다시 출근이다. 오랜만에 무작정 하루종일 걍 놀아버리니까 진짜 너~~~~~~~~무너무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동안 우리의 첫 집 장만은 프로그레스가 좀 있었는데 일단 모기지 프리 어프루벌을 두군데서나 받았고 집들을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돈인데 두가지 놀라운 소식이 있었다. 2008년 부동산 거품 붕괴이후 20프로를 다운하지 않으면 모기지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들어서 우리가 그동안 다운페이를 모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첫번째 놀라운 소식은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돈을 모았고 지금 집값이 싼데도 불구하고 20프로 다운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 ㅋㅋㅋㅋㅋㅋ 클로징 코스트와 집 고치는 비용 등을 따지니 절대 불가능 ㅋㅋㅋㅋ 역시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몫돈을 모으는 건 너무너무 힘들다 ㅋㅋㅋㅋㅋ 두번째 놀라운 소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어프루브는 잘도 나오더라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뭐야 20프로 다운해야한다는 건 크레딧이 안좋은 사람들 얘기인가? 이해가 안된다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일단은 다운페이는 눈꼽만큼만하고 다 빚내서 사게 생겼다 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집에 관심이 많아서 평소에도 엄청나게 집을 서치하는 남편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나... 요즘 하루에 나누는 대화 중 절반은 집에 관한 것인 듯. 결정해야할 사항이 오만가지는 되는 듯하다.

암튼... 그렇다....



새해가 다가온다. New year's resolution 세웠다가 하나도 못지키는 거에 질려버린 나는 별생각없이 새해를 맞고 있는데 남편은 나름 항목을 정해서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웠다. 제일 웃긴 계획: 카테고리 중에 나에 대한 항목이 있는데 실천사항이 이거 하나다 - 일요일마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같이 쇼핑가기 ㅋㅋㅋㅋㅋ 제일 중요한 계획: 금연과 운동 - 이건 ipad 3 나올때까지 지키면 ipad를 사기로 했다! 제일 놀라운 사실: 계획을 영어로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더니 한글로는 잘 써지지가 않는단다. totally understood.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조금만 논리적인 생각을 말로 표현할 때면 영어가 먼저 떠오르는 이 이상한 현상. 미치겠다.



아무튼 모두들 Happy New Year!

샌프란시스코 사진


여태 사진도 안올리고 뭐했는지. 내일 하나 원열 오기 전에 얼른 올려본다! 사진이 넘 많아서 고르느라 힘들었다;;;


렌트카. 컴팩트카 가격으로 빌린 지프 ㅎ





애엄마 맞아용?


내가 유학올 뻔 했던 유씨 데이비스 이상한 얼굴 조각들 ㅎ








건우 광고 사진 시리즈~


소연언니네집 포토월~


Fisherman's Wharf











코믹 사진은 지나칠 수 없다!


바닷가에 왔으니 칼라마리 정도는 사먹어줘야...


왤케 이쁜겨~


기라델리 스퀘어에서 파파라치 놀이


찍지 마세요! ㅋㅋㅋㅋ


케이블카 타지는 않고 사진만...


동네 구경


어휴 언덕이 너무 많아서 다리 알배겼어...


꼬불꼬불한 롬바드 스트릿 꼭대기.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이 길 하나 보러 간다고 과언이 아니었는데... 나도 남들처럼 이 길앞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간 거였는데... 그런데...


남편이 사진을 이렇게 찍어놨따! 어쩔거야 이거... 


사진은 이렇게 찍어야지...


어휴 잘 생겨가지고는...

남편이 다시 가서 찍어준단다... 언제 그 먼데를 다시 가... ㅋㅋㅋㅋㅋ 
아니 평소엔 연사로 서너장씩 찍는 사람이... 왜 하필 젤 중요한 사진을...흑흑

여기 이름은 까먹었는데... 그리스 신전 같이 생긴 곳...


응차! 꺅! 무거워


아저씨들 볼라고 우리가 그 먼데까지 갔어... 우리가 이하나한테 몇십마일차이로 져서 가장 먼데서 온 사람으로 뽑히지 못했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하나가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왔다고 말하는 순간 좌중에 낮게 깔리던 감탄의 소리... 워어어어우....
대박대박대박!

핵심은 차고에서 밤새 푸던 폭탄주인데... 아마 그 사진은 소연언니 카메라로 찍었나부다 ㅋ



암튼 샌프란 사진 끝!!!

맞벌이 부부의 식생활



하하.... 샌프란에서 찍은 주옥같은 사진들이 카메라에 잔뜩있지만, 지금 여기는 학교라서 그 사진들이 내 손에 없다. 그래서 바로 올릴 수 있는 아이폰 사진을 올려본다. 3일 동안 너무 편하게 머물렀던 소연언니네서 첫날 고기구워 먹으며 찍은 사진 ㅋㅋㅋ


샌프란 떠나기 전날 밤 새벽 4시 반까지 폭탄주 술파티를 하고 딱 두시간 자고 6시 반에 일어나서 장거리 비행을 해서 피츠버그에 도착, 바로 다음날부터 출근을 한지 이틀째다. 나이가 드니까 확실히 술먹고 난 다음이 다르다;;; 나는 6시 반에 무리해서 벌떡 일어났다가 완전 쓰러질뻔 했다;;; 다행히 30분 만에 회복했는데, 일어날 때는 괜찮아보였던 성규오빠는 비행기 타고오는 내내도 그렇고 다음날까지 나보다 훨씬 힘이 없다!!! 6시 반에 일어났을 때도 술냄새 풀풀나고 술이 안깨서 내가 운전하고 집에 와서도 힘들어서 시름시름... 나는 술마신 거 회복은 금방 된 거 같은데 역시 체력이 딸렸는지 지금 입술에 물집이 창궐했다 -_-;;;;


아무튼... 지금은 할 일이 산더미 같은 남편이 퇴근을 늦게해야겠다고 해서, 내가 중국 음식 투고해와서 같이 저녁으로 먹고 남편 오피스에서 남편은 일하고 나는 이렇게 노는 중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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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원래 계획은 식생활에 대한 생각을 쓰려는 거였는데 방금 Rob이 와서 한 30분 이상을 떠들다 가는 바람에... 주차 미터가 다 되기 전에 얼마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치만 어쨌든 쓰는데 까지 써야겠다.

취직한 이후로는대학원 때처럼 시간이 많이 없고 매일 빡빡히 8시간씩 일해야해서 제대로 챙겨먹지를 못하고 대충대충 때우는 생활을 해왔는데, 더이상 이러면 안될 것 같다. 그래서 그동안 쌓인 노하우들을 되짚어보고 브레인 스토밍도 할 겸 식생활에 대한 생각을 써보려고 한다.


나는 일하는 사람이라 바쁘다. 나는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동네에 산다. 나는 남편이랑 단 둘이만 살아서 한번에 많은 양의 식재료를 살 수가 없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제대로 요리해서 챙겨먹기가 아주 어려운 사람이다.

재료 다 갖추어놓고, 조리도구도 다 갖추어놓고, 시간 넉넉하게 두고 요리하는 거는 누구나 잘할 수 있다. 나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 짧은 시간안에, 많은 도구를 쓰지 않고 설거지도 줄이면서, 건강하게 여러가지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해먹는 거다. 이게 절대 쉬운 게 아니다.


내 요리에 있어서 포기할 수 없는 점들은:
1. 맛있어야 한다.
2. 단백질(생선>닭고기>돼지고기>소고기 순으로 좋고 두부나 달걀도 좋다) 탄수화물(밥이나 빵, 국수, 파스타. 되도록 whole wheat등 잡곡으로) 야채 세가지가 골고루 다 들어간 식단이어야한다.
3. 준비가 간단해야한다.
4. 특별한 조리기구의 사용은 되도록 피한다 (제빵기 푸드 프로세서 튀김기 식품건조기 와플기계 등등 사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5. 여러가지 다른메뉴에 다양하게 사용가능한 식재료만 쓴다. 너무 특이한 식재료는 사서 한번 해먹고 같은 메뉴를 해먹을때까지 안먹게 되므로 결국 맛이가서 버리게 된다.
6. processed food는 되도록 피하고 되도록 자연상태에 가까운 음식을 먹는다. (내 생각엔 과일이 세상에서 제일 자연스러운 음식이고, 그 다음이 각종 채소, 곡식, 다음이 생선, 고기 등이다. 그 다음이 어떤 식으로든 가공된 음식들 (캔음식, 햄 종류, 각종 소스들, boxed food라 불리우는 것들, 과자, 공장에서 나오는 빵)
7. 조미료를 일부러 넣지는 않는다.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은:
1. 반찬이 많지 않아도 된다 (가짓수가 많으면 많이 먹게 되고 준비도 힘들고 치우기도 힘들고 뭔가 남아서 상해서 버리기 일수다. 단백질 탄수화물 야채가 다 들어가기만 하면 서양 음식처럼 간단하게 밥 포함 두세가지만 먹어도 충분하다)
2. 유기농이 아니어도 된다. (유기농은 과대평가 되어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유기농이 몸에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식재료는 거의 없다. 식재료를 잘 씻고 위생적으로 다루고, 음식을 골고루, 적게, 자연식으로 먹는 게 더 중요하다.)
3. 핵심 재료가 아니면 몇가지는 빠져도 된다. (예를 들어 양배추가 없으면 대신 양파를 넉넉히 넣고 닭갈비를 할 수도 있다. 쓸모가 별로 없고 보관도 어려운 생강, 계피 등등은 거의 생략한다.)
4. 다른 생야채가 있으면 김치는 없어도 된다.

5. 같은 음식을 연속으로 두끼나 세끼 정도는 먹을 수 있다.
6. 도저히 피해갈 수 없거나 피하기가 너무 어려운 조미료는 그냥 먹는다. (예를 들어, 가끔 먹는 라면에 들어있는 조미료는 어쩔 수 없다. 카레에 들어있는 조미료도 굳이 피하자면 강황가루를 사서 직접 카레 믹스를 만들면 되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시간도 힘도 없으니 그냥 일반 카레를 먹는다.)


이렇게 써 놓고 나니 내가 상당히 까다로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_-;;;;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직장인인 나에겐 세상의 메뉴가 6가지로 분류된다.
1. 시간이 적게 걸리고 도시락으로 싸갈 수 있는 음식: 볶음밥, 파스타, 고기 볶음 (갈비나 고추장 불고기를 미리 양념해서 얼려두기 때문에 볶기만 하면 되니까 가능하다), 돈까스 생선까스 (미리 얼려둔 거나 냉동식품), 샐러드
2. 시간이 적게 걸리고 도시락으로 싸갈 수 없는 음식: 김치볶음밥, 떡볶이, 떡국, 순두부찌개
3.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시락으로 싸갈 수 있는 음식: 카레, 달걀 장조림 (카레는 도시락 싸기에 생각보다 좋지는 않다. 달걀 장조림도 다른 야채가 추가로 필요함)
4.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시락으로 싸갈 수 없는 음식: 각종 국, 찌개, 탕 종류, 보쌈.
5. 전날 준비해놓고 당일날 아침에도 반드시 손이 가야만 도시락으로 싸갈 수 있는 음식: 김밥, 주먹밥, 치킨 누들 숲, 샌드위치
6. 밑반찬.

당연히 선호도는 1>2>3>4>5>6 순서다. 그러다 보니 1번에 해당하는 음식만 너무 자주 먹게 된다. 2번이나 4번을 해먹은 날엔 다음날 도시락을 싸기 위해 요리를 한번 더 해야한다. 3번은 생각보다 자주 해먹지 않는데 그 이유는 2번이 더 맛있고 당장 허기를 채우기에 편하기 때문인 듯하다. (퇴근후엔 배고파서 허겁지겁 대충 해먹는다는 것도 큰 문제다) 4번은 메뉴에 따라 다른데, 국은 거의 안해먹고, 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 남편이 좋아하는 부대찌개, 둘다 좋아하는 보쌈을 1~2주에 한번 해먹는 것 같다. 5번은 학생 때는 많이 먹었는데 취직하고 나서는 - 시카고에서는 아주 가끔 주먹밥이나 치킨 누들 숲을 먹었고 피츠버그와서는 네버. 아침에 절대 시간 없다. 6번역시 취직한 이후로 거의 안해먹는다. 사실 몸에 좋지도 않고 밑반찬이 있어봤자 남편은 다른 메인음식을 찾기 때문에 해도 보람이 없다. 대표적인 밑반찬인 오징어채볶음 - 일단 오징어채가 조미료와 감미료에 푹 담갔다가 뺀 거라고 한다. 거기에 달고 짠 양념을 더한 것이니 몸에 안좋은 거로 범벅되고 영양가는 별로 없다... (단거는 살찌고 짠 거는 고혈압 유발)


지금 우리 부부 식생활의 문제점
1. 위의 리스트에서 1,2번만 너무 많이 먹는다: 반복되는 메뉴에 질렸다. 요리도 하기 싫다.
2. 너무 바빠서 식단을 짜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걸 해먹는다: 필요한 재료가 집에 없을 때가 많고 오히려 다 못먹고 시들어서 버리는 야채도 많다. 계획을 짜서 짜임새있게 장을 보고 열심히 해먹어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
3. 야채를 더 많이 먹어야 한다: 사실 익힌 야채는 꽤 많이 먹는 편인데, 생야채를 많이 안먹는다. 일단 샐러드 야채는 빨리 시들기 때문에 잘 안사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샐러드가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몸에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챙겨먹지 않은 이유도 있다. (샐러드 야채의 주요성분은 그냥 물이다. 생야채에는 섬유질이 별로 없다. 섬유질은 익혀먹는 야채에 훨씬 더 많다. 샐러드 드레싱은 대체로 엄청 달고 칼로리가 생각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어쨌든 비타민을 섭취하는 좋은 방법이 생야채를 먹는 것이고, 특히 남편이 과일을 거의 안먹기 때문에 샐러드를 자주 상에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
4. 생선을 더 먹고, 붉은 고기를 줄여야 한다: 고기가 싸고 생선을 구하기 힘든 나라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고기를 많이 먹게 된다. 특히 남편이 양념 고기를 좋아하는데 요즘은 야채를 아주 많이 넣고 볶아주는 편이다. 생선은 가끔 한국수퍼에서 사오는 고등어와 코스코에서 사오는 연어, 냉동 틸라피아정도가 전부인데 좀더 연구를 해서 다른 생선도 사먹어봐야겠다.
5. 염분을 줄여야 한다: 한식을 주로 먹는 편이라 짜게 먹는다. 짭짤해야 남편이 좋아하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혼자 먹을 때보다 짜게 만드는데, 남편을 싱겁게 먹도록 길들여야한다.
6. 한식을 줄여야 한다: 남편이 3일만 연속으로 한식을 먹으면 지겨워해서 외식을 하게 된다. 집에서 색다른 외국 음식을 자주 시도하면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기도 하고 외식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한식이 좋다, 김치가 좋다는 말은 한국사람만 하지 다들 동의하는 건 아니다. 사실 나는 한식 중에 몸에 좋은 건 나물 정도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밥 중심이라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게 되고, 국, 찌개, 김치, 장 종류 때문에 염분이 너무 높아서 고혈압과 위암을 유발한다. 실제로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위암이 많다. 반찬 갯수가 많아야 잘먹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손이 두배로 많이 가기 때문에 주부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7. 전체적인 먹는 양을 줄여야 한다: 둘다 피츠버그로 이사온 이후 살 쪘다. 많이 먹는 게 좋은 것인 시대는 옛~날에 지나갔다. 소식해야 건강하다. 나는 아침 점심은 적당히 잘 먹는데 퇴근하고 나서 너무 힘들고 배고파서 저녁 때 폭식을 하는 게 문제다. 남편은 아침 점심을 거의 안먹고 하루 종일 굶다가 저녁 때 폭식하고 야식까지 먹는 등 하루에 섭취하는 영양소의 대부분을 저녁 6시 이후에 섭취한다는 게 큰 문제다. 이 문제는 본인이 마음을 먹어야 해결할 수 있다 - 아침 챙겨줘도 먹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챙겨줄 수가 없고 점심도 도시락을 싸줘도 잊어버리고 안가져가기도 한다.



에효~ 암튼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 가능한 메뉴, 현 식생활의 문제점을 정리했으니 이것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서... 다음 포스팅에 올려야 겠다.









My Job



사진은 1박 2일 단풍로드 특집의 saturation 만빵인 화면들을 보고 inspired된 남편이 보정한 사진들이다 ㅎ 인클라인타고 올라가서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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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옮긴지 3달이 지났다. 이제 정말 뭔가 자리가 잡혀가는 듯하고 익숙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매일매일 새로 배우는 게 엄청 많다. 아마 직업 특성상 은퇴 직전까지 늘 새로운 걸 배워야하긴 할 거다.

여기선 시카고에서와는 다르게 아직도 큰 보스, 작은 보스, 다른 시니어 패컬티들이 일이 어떠냐, 할만 하냐, 불편한 점은 없냐 수시로 왔다갔다 마주치면서 체크하고 정기적으로 일대일 미팅이나 점심까지 해서 내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너무 자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내가 '기분이 좋은지' 확인을 하기 때문에 매번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궁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맨날 "great, good, going well" 똑같이 내용없는 (아니, 내용없어 보이지만 진심인) 대답만 할 수도 없고. 어제 Doug (작은 보스)랑 미팅하면서 또 같은 질문을 하길래 아 뭔가 organize된 대답을 준비하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을 어떻게 하고 있나... 얼마나 즐기고 있나... 시카고에서도, 딱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재밌게 할 수 있는 일로 뭔가 눈에 보이는, 남들이 필요로하는 성과를 낸다는 게 너무 좋아서, 내 5년간의 공부가 원래 생각한 방향은 아니었지만 나한테 딱 맞는 능력을 갖추게 해줬다는 거에 정말 감사했었다. 그리고 보스와 동료들이 너무 좋고 특히 내 베스트프랜드 중 하나가 되어버린 마샤와 헤어지기 싫어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 정말 싫었는데, 어쩌다 옮기게 된 이 곳이 시카고보다 더 좋다니. 정말 사람 일은 예측을 할 수 없는 거다. 

시카고도 좋았지만 일이 너무 많고 보스가 너무 착한 사람이다보니 통계학자들의 편의를 잘 대변해주지 못했었다. 그래서 거지같은 오피스에서 오버타임으로 일해야했고,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PI들에게 강하게 맞서지 못하고 끌려다녀야했었다. 그런데 여기 보스는 비지니스를 너무 잘하는 사람 - 모든 사람이 좋아하면서도 존중하고, 필요할 땐 우리 입장을 강하게 대변하고 늘 우리의 이익을 보호해준다. 이게 내 일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줄은 몰랐다. 시카고에선 아무리 바빠도 들어오는 요청은 다 받아주고 특히 그랜트 프로포절 도와주는 건 공짜이다보니 너무 많이 들어와서 바빴는데, 여기에선 통계학자 한명당 한 사이클에 그랜트 프로포절 두개가 맥시멈이고 그 이상으로 돌아오는 건 거절한다! 거절! 진짜로 사람을 돌려보내는 걸 목격했다! 테드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 그리고 이상한 PI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데, 시카고에선 우리끼리 블랙리스트 만들고 막 우리끼리 욕하고 어쩌고 해도 일이 들어오면 그냥 참고 해야했는데, 여기에선 아니다. 최근에 어떤 PI가 나한테 불평을 했는데 나로서는 어이없고 억울한 불평이라 작은 보스한테 살짝 얘기했더니, 그게 바로 큰 보스 귀에 들어가고 지령이 왔다. 그 사람이랑 굳이 참으면서 일할 필요 없고 언제든지 관계를 끊어버려도 되니까 걱정말고 내 마음대로 하라고. 아... 시카고에선 상상도 못할 일...

또 시카고에서는 PI들에게 데이터 매니지먼트를 위해 돈을 쓰라고 강요를 하지 못했었다. 데이터를 엉망으로 모으면 결국 나중에 그거 클리닝하느라 고생하는 건 통계학자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아주 중요한데, PI들은 그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거기에 돈을 안쓰고 사실 돈을 쓰고 싶어도 방법을 모른다. 맨날 이 문제 때문에 마샤랑 필이랑 테드랑 피터지게 토론하고 늘 결론은 안났었다. 그런데 여기엔 데이터 매니지먼트 전문가들이 우리 그룹에 있다. 그래서 PI들에게 데이터 매니저 월급으로 얼마를 배정하라고 강요하고 그 매니저가 데이터 베이스를 셋업하게 한다. 그럼 나중에 깨끗한 데이터가 나오니까 우리가 훨씬 편해진다. 물론 여기 PI들도 필요성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인데, 우리 보스가 "그렇게 제대로된 DB에서 나온 데이터가 아니면, 아무리 작은 데이터라도, 심지어 20줄짜리 간단한 데이터라고, 손으로 엑셀에 입력한 데이터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강력하게 policy를 밀어부치고 있기 때문에, 통계학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우리 방침이므로 니가 DB 셋업에 돈을 배정하지 않는다면 난 이 그랜트 일을 할 수가 없다. 이해안되면 우리 보스한테 말해봐라" 이렇게만 말하면 되니까 아주 편하다. 게다가 우리 보스는 모든 사람이 다 아는 힘있는 사람이라서, 뭐 그냥 게임 끝이다. 

아무튼 이런 차이점들 덕분에 여기에서 일하는 게 훨씬 편하고 더 rewarding하고 더 기분 좋다. 그치만 그 말은 반대로 이런 새로운 aspect를 배우고 익숙해져야한다는 새로운 challenge가 있다는 말도 된다. (아 이 번역체 짜증나지만 한글로 글을 쓴지 오래되다보니 자꾸 영어로 생각난다 -_-) 데이터 매니지먼트를 위해 budget을 allocate하시오, 라고 PI한테 강요를 하려면, 그게 정확히 어떤 일들을 involve하는지 내 자신이 먼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 며칠 동안 데이터 매니지먼트에 대해 여기저기 물어가며 많이 배웠다... 옛날에 마샤나 테드 사이에 오갔던 대화내용이 더 잘 이해가 되고 있다... 이게 보통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엄청 많이 배웠고 갑자기 clinical trial의 전문가가 된 느낌이다.

근데 대부분 PI들이 나보다 15살-30살 더 많다. 5~10살쯤 더 많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나와 대등한 관계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들의 career development program의 biostat educator로, 그들은 trainee로서 나에게 도움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나이에 따라 관계 및 언어가 결정되는 한국에서 온 나로서는 안그러려고 노력해도 영 이상한 상황들의 연속이다. 나보다 20살 많은, 즉 거의 부모님 뻘인 의사들, 내가 태어날 때쯤 학부를 졸업했던데, 그런 사람들이 나처럼 새파랗게 어린, 영어도 버벅대는 여자애가, 자기들이 보기엔 필요 없는 일에 돈을 쓰라고 강요하고, 자기들의 스터디 디자인을 막 뜯어고치려고 하고, 자기들의 hypothesis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약하다는 걸, research question이 불분명하다는 걸 자꾸 지적질하고 그러면 어떤 기분일까. 한국에서였으면 정말 불편한 관계일텐데 여기에선 아직까지 그런 기미 없이 다들 완전 프로페셔널하게 나를 equal로서 존중해준다.

쓰다보니 넘 길어졌네... 그만...

암튼 요지는, 여기서 일하는 게 너무 좋다는 거 ㅋ 그리고 배울 게 너무너무 많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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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들이 job apply할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와 내년, 피츠버그로 지원할 사람들, 정말정말정말 다 오퍼 받아서 여기 왔으면 좋겠다. 여기 모여살면서 옛날 베이티힐에서처럼 같이 맛있는 거 해먹고, 가끔씩 미친듯 술마시고 ㅋㅋㅋ, 커피마시면서 수다떨고 명절에 떡해먹고 만두 빚어먹고 그럼 얼마나 좋을까. 저번에 이하나한테도 얘기했는데 만약 진짜 가족같은 이사람들이 다 붙어서 피츠버그에 온다면, 나는 하나님을 믿을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하나님이 없다면 내 인생이 후반에 이렇게 잘풀리는 걸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다들, 굿럭!





Thanksgiving

벌써 땡스기빙이라니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이사온 게 엊그제 같은데, 남편은 이번학기 수업이 2주 남았다고 하고...

어쨌든 오랜만의 연휴라서 아주 그냥 푹~쉬고 잘~놀고 있다 으흐흐흐 아직도 이틀 더 놀아야 출근이라는 게 너무 좋다 ㅎㅎ

요새 올릴 사진이 없다고 생각하고 블로그 업데이트를 안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까 사진이 좀 있었는데 잊어버리고 있었다 ㅋ 저~번에 어느 주말에 카네기 뮤지엄에 간 날. 날씨 좋은 주말이었는데, 낮잠으로 주말을 보내는 습관이 들까말까하고 있던 남편이 역시 밖에 나와 노는 게 낮잠보다 훨씬 낫다는 걸 실감한 날이었다.

우리는 뮤지엄가면 좀 빨리 지친다 ㅋㅋㅋ 뮤지엄은 아주 작은 게 아니면 절대 하루에 다 볼 수가 없다. 이날도 지쳐서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한잔 하면서 찍은 사진. 아 우리 금덩이 남편의 잘생긴 얼굴!


집에 가는 길에 들린 Schenley park. 울집 뒷산인 Frick park은 자연미 넘치고 산세가 우거진 동산인데, Schenley park은 인공미 넘치는 잔디가 쫙~ 펼쳐져있다. 은행잎이 떨어져 그라데이션을 이루는 것이 아주 예뻤다. 

 

공원에서 바라다본 Cathedral of learning. 남편 오피스가 있는 곳. 진짜 높아서 웬만한데선 다 보인다.




땡스기빙에 원래는 미시간에 있는 손이레네 부부를 초대해서 2박 3일간 재미있게 놀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막판에 취소되었다. 대략 낭패였으나 어쨌든 천박사님은 예정대로 저녁식사하러 오실 거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요리를 좀 했다. 너무 오랜만에 했더니 전부다 약간씩 뭐가 아쉬운 맛 ㅋㅋㅋ

일단 디저트로 먹으려고 쿠운 케잌. 이건 내가 간식으로 커피랑 먹으면서 찍은 거 ㅋㅋ


겉절이 김치. 초점 어긋나고 -_-


삼계탕 ㅎ


홈메이드 도토리묵.


사진은 안찍었지만 식혜도 담갔다. 지금 두번째 batch를 또 만들고 있음. 정말 연휴 때가 아니면 할 엄두가 안나는 음식....

땡스기빙 다음날인 오늘. 작년에 새벽 3시까지 미친 black friday shopping을 해서 정말 더는 미련이 없는 우리는 쇼핑은 깨끗이 포기.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놀러 나갔다. 피츠버그 관광오면 꼭 타보는 incline을 이제서야 타봤다. 옛날에 산 꼭대기 사는 공장 노동자들이 이걸로 출퇴근을 했다고 하는데 130년 되었다고 하던가? 암튼 100년 넘었다.


인클라인 기다리면서 ㅋ


 





인클라인 내부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을 못찍었지만 전부다 나무로 예쁘게 만들어져있고 정말 오래된 티가 난다 ㅋ 타고 올라가면 피츠버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거기에서 찍은 남편의 작품사진들 ㅋ





나 ㅋ


다시 인클라인타고 내려와서 앤디워홀 뮤지엄에도 갔다. 그 앞에서 찍은 사진.


이러고 배고파서 church brew works라고 또 한번 가볼만한 식당에 갔다. 실제 교회에 있는 식당인데 맥주를 직접 만들어서 판다. 그래서 거기까지 갔는데 맥주를 마셔줘야할 것 같아서 대낮부터 술을 마셨더니 어찌나 취하던지 ㅋㅋㅋㅋㅋ

집에 돌아와서 남편은 완전 뻗어서 낮잠자고.... 나는 놀다놀다 지쳐서 이렇게 블로그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ㅋㅋ

이제 자야지.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혜를 끓여야 한다!




착샷

지난 주말에 액티비티라곤 shady side (학교 근처 다운타운)에서 밥사먹고 30분간 쇼핑한 것이 전부라 올릴 사진이 없다 ㅋㅋㅋ 남편이 계~속 자는 바람에 ㅋㅋㅋㅋ

대신 요즘 만든 손뜨개 작품들 사진을 올려본다. 리나와 데이비스를 위해 만든 것들을 보내야 되는데 보내야 되는데 하면서 미루는 게 짜증나서 어느날 추위를 뚫고 ups가서 휙 부쳐버렸다. 그랬더니 속속 도착하는 착샷들 ㅋㅋㅋ 성진오빠가 쇼핑몰 만들자고 한다. 내가 만들고 리나가 모델해서, '박&박'으로 ㅋㅋㅋ

난 분명히 이 스웨터가 무지 커서 내년에야 입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_@ 그다지 크지 않다!!!!! 리나 넘 빨리 크는 거 아냐???!!!!!


전에는 리나 웃는 표정 찍기 쉽지 않았는데 이제 잘 웃나보다 ㅋㅋㅋ 가면 갈 수록 미즈미 언니랑 똑같이 생겼다! 특히 아래 사진. 윗 사진은 성진오빠 얼굴이 보이고 ㅎ

딸기 모자는 첫번째 작품 주인은 아직 엄마 뱃속에 있고 (곧 태어날 예정) 두번째 작품은 좀 크게 만들어서 데이비스에 사는 데이비스한테 보냈다 ㅎㅎㅎ 얘는 광욱오빠 붕어빵이네!!!!

 


ㅋㅋㅋㅋㅋ 이거 아기한테 씌운 거 처음 봤는데 귀엽다 ㅋㅋㅋㅋㅋㅋ

손뜨개로 아기 용품 만들어서 선물 주기 아주 좋은 거 같다. 아기 용품은 상대적으로 완성이 빨라서 만드는 재미가 있고, 만들면서 받는 사람 생각을 진짜 많이 하게 된다. 그냥 짐보리 기프트카드 보내는 게 훨씬 쉽지만 이렇게 직접 만들어 보내고 나니 내가 막 이 아기들과 좀더 가까운 관계가 된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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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장생활은 보스와 나의 퍼포먼스, 나의 커리어에 대해 대화를 하고 나니 부담감/불안감이 좀 줄었고 전에는 익숙하지 않던 '상사 노릇'도 조금 익숙해졌다. 상사 노릇 말고 다른 말 없나? 시카고에선 내가 의사들과 만나고 lead statistician이면서 데이터 분석도 직접 다 했는데, 여기에선 귀찮은 데이터 클리닝/코딩을 해주는 석사레벨 통계학자들이 있어서 그들한테 일을 시키고 나는 supervise하는 식으로 일을 많이 한다. 그래서 내 역할 중 귀찮은 코딩은 확 줄어들었고, 대신 의사들 만나서 통계 분석 계획 세우기, 스터디 디자인, 결과를 plain english로 해석 해주기, 석사 레벨들 지도/푸쉬/보호 등등 사람 상대하는 일은 확 늘었다. 아마 이 차이가 스트레스를 가져왔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성격에 비해 interaction이 너무 많다 -_-;;; 난 사람 너무 많이 만나면 에너지를 잃어버리는데...

새로운 역할들 중 가장 어려운 태스크가 지난 주에 주어졌었는데, 석사 레벨, 아니 사실 이 사람은 학부만 나온 통계학자인데, 암튼 다이앤이라는 할머니다. 다이앤을 내가 윗사람으로서 보호해줘야하는 일이 생겼었다;;;; 어떤 의사가 너무 일을 많이 가져오고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서... 다이앤이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라서;;; 백발의 할머니가 나에게 은근히 하소연을 하는 상황이 된 것. 다이앤은 이 의사한테 No를 할 수 없는 군번이라 내가 해줘야 하는 상황. 이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당황했지만 일단 내가 판단하기에 맞는 액션을 취했고 나중에 시니어 통계학자한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컨펌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튼 서서히 이 곳에서의 내 역할에 적응해가고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것도...

남편은 무리해서 그랜트를 낸 이후 완전 힘빠져서... 원래 모습대로 돌아왔다 ㅋㅋㅋㅋ 그동안 두달 동안은 이제 풀타임 직장인이라는 긴장감에 일찍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출근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두달 만에 완~~~~~전히 본래 습관대로 ㅋㅋㅋㅋ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학교도 느지막~히 가고 ㅋㅋㅋㅋ 그래도 뭐 아무도 상관 안하니 진짜 교수는 남편한테 딱 맞는 직업이다 ㅋ

남편 말로는 학교에 가봤자 어차피 혼자 연구하는 거라서 별로 일찍 갈 필요도 없고 그래서 가고 싶지도 않다는 것. 남편이랑 나는 반대의 문제를 겪고 있다. 나는 사람들과 interaction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고 남편은 interaction이 너무 적어서 재미가 없고. 중간이 딱 좋은데.

그래도 overall, 나는 내 일에 너무너무 만족하고, 남편도 자기 성격에 딱 맞는 -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가 좀 있으나 몸은 자유롭고 편한 직업을 가진 것 같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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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영어 좀 잘하고 싶다. 이 놈의 영어는 미국 산지 몇년이 지나도 만족이 안된다. 한 3년차 때 쯤 영어 수준에서 발전없이 멈춰버린 듯. conversation partner, 미국 드라마 보기 등등 열심히 노력하던 걸 어느 순간 딱 멈춘 그 때부터 영어 실력 발전이 멈춘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미드같은 건 별 도움이 안되는 것 같은데. 튜터를 구해볼까. 나같은 사람 가르칠 수 있는 튜터도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