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달

벌써 피츠버그에 이사온지 두달이나 지났다. 얼마전에 벌써 한달 지났어?!!! 라며 깜짝 놀라면서 첫번째 월급 받은 게 어제 같은데 이제 두번째 월급 받는다.

그동안 우리부부는 이곳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각자 직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남편은 뭐 말할 것도 없이 그랜트쓰느라, 혼자 연구라는 걸 하느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중. 진짜로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중. 


나는 처음엔 시카고에서의 내 직장과 비슷하다고만 느껴졌던 것이 시간이 지날 수록 다른 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고, 특히 여기에서 인정받기위해 내가 해야하는 역할들이 많이 다른 것 같아서 고민과 걱정 중이다. 외국인으로서, 특히 조용히, 설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잘 해내야한다는 규범이 몸에 완전히 배어있는 한국인으로서는, 뭔가 극단적인 변화없이는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 같다. 일단 그래서 보스와 미팅을 하기로 했다...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냐 직접 물어봤더니 미팅을 하자고 하는 걸보니 할말이 많은 것 같다. 참 다행인 거는 다른 교수들이 나한테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는 게 보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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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 출장 다녀왔다. 2박 3일의 일정이었는데 너무 짧은 시간안에 너무 많은 일을 해야했던 여행이었다. 일단 이틀동안 출근해서 진~~~짜 빡세게 쉬지 않고 일을 했는데 정말 생산적이었다 -_- 멀리 떨어져서는 한달 걸려도 못할 일을 이틀안에 해내니 PI가 완전 신이 나서;;; 시카고에 진짜로 매달 가야 할 것 같다. 당장 땡스기빙 바로 전에 한번 더 가야한다.

친구들도 간 김에 다 보고 오려고 계획했으나 너무 무리하게 계획을 짜는 바람에 결국 몇명은 못만났다. 그래도 정말 좋았던 것은 마샤네 집에서 이틀 머무르면서 우리의 좋았던 시절을 실컷 되새기고 밀린 얘기도 많이 할 수 있었다는 것.

디카는 굳이 가져가서는 사진찍을 기회가 없어서 마샤네 고양이 크리사 사진만 잔뜩 찍고 왔다. 여기서 나의 '보급형 여친렌즈'가 위력을 발휘해서 이쁜 사진이 나오니까 마샤는 '여태 자기가 본 크리사 사진 중 최고다!'라며 감탄을 연발하고 당장 이런 렌즈를 사 내라고 커트(마샤 남편)한테 난리난리. 알고보니 커트는 카메라와 렌즈에 이미 상당한 돈을 투자해서 이것저것 갖추고 있었는데도 내 렌즈를 보고는 마샤랑 같이 덩달아 흥분해서 렌즈를 검색하는 것이었다 ㅋㅋㅋ 마샤는 she did all the research! just order the same one! 막 이러고 커트는 그래도 엔지니어답게 비슷한 렌즈 주르륵 찾아서 장단점 분석하고... 암튼 웃겼다.


'크리사'라는 이름은 러시아 말로 rat이라는 뜻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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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날아온 반가운 선물!!!!!!!! 으힛 나도 한국에서 소포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구!!!!


이 책이 갖고 싶다고 무심코 트위터에 한 줄 썼을 뿐인데... 트윗을 발견한 미소가 금방 사서 국제우편으로 보내줬다 ㅠㅠ 감동감동감동감동 ㅠㅠ 미국 살다보니 한국에서 받는 소포는 그 의미가 굉장히 크다.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누가 내 생각해서 이런 걸 보내주는 사람이 나도 있다!!!

이 책은 손뜨개 관련 블로그에서 보고 갖고 싶어진 책인데, 어린이 용 귀여운 손뜨개 프로젝트가 잔~뜩 실려있다! 이 책 보내준 미소는 나중에 아기 낳으면 내가 이 책에 나온 것 중 3가지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다 ㅎㅎㅎㅎ


아 귀여운 게 너무 많아. 요즘 아기 낳는 친구들이 많으니 하나씩 떠서 선물해줘야겠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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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눈왔다. 이건 우리 집 앞 도로.


우리집 뒷마당. 우리 차에 쌓인 눈!!!


10월 말인데 눈이라니 너무 했다. 길고긴 겨울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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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해가 짧아져서 아침마다 깜깜한데 일어나서 출근하는 게 너무 싫다! 그리고 이제 학교 일은 좀 익숙해진 감이 있는데 이제 곧 일거리가 몰려올 예정이다. 마침 이번주엔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어제 (금요일) 휴가내고 집에서 쉬었더니 너무 좋았다... 시간이 엄청 빨리갔다는 것만 빼곤...

뭐 특별한 일을 한 건 아니고 그냥 집에서 밀린 집안일하고, 정리하고.... 그것도 뭐 티도 안날 정도로 별 일 안하고 집에서 쉬었는데, 그래도 훨씬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 항상 빨리빨리, 퇴근하면 집에가서 뭘 해야하고, 항상 다음날 준비하느라 정신 없고, 자꾸만 밀린 일들, 까먹은 일들 생각나고, 아무튼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뭐 아직도 밀린 일들은 많지만 ㅋㅋㅋ 그래도 조금이라도 정리가 되니 마음이 편하다.

아직도 밀린 일들: 내 방 정리. 드라이클리닝 맡기기. 어그부츠 얼룩 지워졌나 확인하고 바짝 말리기. 떨어진 단추 달기. 신용카드 자동이체 설정 바꾸기. direct deposit바꾸기. 다음달 시카고 출장 비행기표 사기. 수표 입금. 우체국가서 시카고, 샌프란으로 손뜨개 선물 부치기. 출장 다녀온 거 영수증 시카고로 보내기... 

아아아아아아아... 와이프가 필요하다.